나, 일상, 삶, 그리고...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오애도 2011. 12. 29. 00:06

 재은이가 왔다.

 국립중앙 어린이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고 하길레 어제 도착해 오늘 서둘러서 다녀왔다.

지난 봄부터인가 보기 시작한 와이시리즈의 역사에 빠져서 공주 이름으로 가족 전화이름을 죄 바꾸더니만 드디어 아는 것을 확인하려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나도 나일 먹어-??- 확실히 빠릿함이 사라져서 저길 어린이 박물관이라고 들어갔다. 너무나 진지하고 잘 전시가 되어 있어서 정말 신기하다... 고 했는데 이런!!!! 두 시간여를 진지하고 신나게 보고 나와 밥먹으러 나왔다가 보니 어린이 박물관은 반대편이었던 것이다.

설명은 읽을 여유가 없어서 전시품만 좌악 보고 나왔다. 둘 다 그거까지 읽어가면서 봤다면 삼분의 일도 못봤을 것이다. 설명 안 보고도 대부분은 스스로 좌악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깨달았는데 이건 순전히 얼라들 시험공부 해주면서 익힌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질리지도 않고 삼국시대까지 보고나서 잠시 쉬는 중....

 

 

가끔 나는 생각해본다. 알게 안 후 보는 것이 나은가... 보고 나서 알게 하는 것이 나은가...

재은이는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탓에 지루함이나 지겨움 없이 저 진지한 전시품들을 다 둘러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분명 다르다. 많이 안다고 해서 잘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알고 있고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즐겁다. 조선시대의 반짓고리를 보더니 꼭 아씨방의 일곱친구를 말하는 거 같네요... 했다.

그게 뭔데?

교과서에 나오는 건데요~ 가위, 인두, 바늘, 실, 골무,자, 다리미요. -이렇게 병렬관계를 말할 때는 말이 무척 빠르다-

흠... 듣고보니 규중칠우쟁론기의 초딩버젼인 모양이다.

 맞다. 저걸 의인화해서 쓴 글이지.   

 

내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보고 얼결에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고 했더니 고모 그건 직지심체요절이구요. 저건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이예요.. 한다.

그리고는... 직지심체요절은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데요. 원래 두 권인데... 반환해달라고 하는데도 안 해줘서 ... 어쩌구  줄줄줄이다. 정확하게 문어체로 지가 아는대로 말한다. -이런 식으로 길게 말해서 집에서는 구박을 받는다는..-

때로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 그저 줄줄 외워 말한다고 폄하받는 일이 흔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을 외워 말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저 아이가 그저 뜻도 모르고 줄줄 외워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신석기시대의 토기가 끝이 뾰족한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뭐게?

글쎄요...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거지. 뭔가 담을 게 있는 것 아니겠니? 그리고 대부분 바닷가나 강가에 살았다는 증거란다. 모래밭에 묻었거든. 하고 가르쳐줬더니 청동기시대의 밑이 평평한 미송리식 토기를 보더니, 그럼 고모 이때는 사람들이 내륙에도 많이 살은 거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비로소 벼농사도 짓기 시작했거든. -이래서 재은이랑은 대화하는게 즐겁다-

근데 재은아, 저기 삼국, 고려시대하고 조선시대하고 뭐 확연히 구분되는 거 없어?

했더니...

조선시대엔 금동으로 만든 화려한 공예품이 없어요.

이야~~ 맞췄네. 조선은 선비의 시대라서 그런거란다. 화려함이나 사치 이런걸 천박하게 여겼던 때이지.

 

 

 

 

조선시대전시관까지 다아보고 어린이 박물관에서...

  요즘 엄마들 워찌나 극성인지 정해진 입장시간이 있어서 앞 팀 시간이 끝나야 다음 입장이 가능해서 남은 시간에 조선시대까지 다아 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재은이 입장에서 보면 거의 유아용 놀이방 수준이었으리라.

 

 

배경도 자못 유아틱한...

나오면서 어디가 더 재밌었어? 물었더니 저쪽이요...- 본 전시관-

아시아관하고 예술관 이런 건 다 못봐서 나중에 다시 오기로 했다.

나는, 어린이관이 재밌었어요~ 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재은이다. ㅋㅋ  

 

 

모형 관을 써 보고는 소감이,

 근데, 너무 무거워요.

 

내 대답은,

왕 노릇은 그래서 어려운 거란다. 그런 걸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벌써 머리 무거운데 얼마나 힘들었겠냐..

ㅋㅋ

 

 

두어군데에서-식당하고 어린이박물관- 천방지축 뛰는 놈들한테 앞뒤 안 가리고 일갈했다.

누가 이런 데서 뛰어다녀?!!!!

 

재은이가 보더니, 우리 학교 선생님 같으셨어요..

 

나는 정말 선생일까? 모르겠다. 진정한 선생은 못되고 같잖은 선생곤죠-??-만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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