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주절 주절...

오애도 2011. 12. 7. 13:05

 

엊저녁에 마트엘 갔었습니다. 설렁설렁 늘쩡늘쩡 이것저것 돌아보다가 크리스마스 기분 낸다고 2800원 주고 고뿌-??- 하나를 사왔습니다.

루돌프가 그려져 있는 제법 귀여운 모양새입니다.

저런 컵은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하나를 더 살까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어차피 손님이나 친구들이 찾아오면 하나 더 있다고 짝이 맞을 거 같지도 않고 늘 '나'밖에 없으니 쓸데없이 걸리적거릴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전에 그러니까 아마 스무 살 무렵이었을 겁니다.

길에서 사슴 인형을 하나 사왔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게 한쌍으로 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알았다-  나는 굳이 한 마리만 팔라고 암사슴-앉아 있었다. 숫놈은 서 있었던 듯...- 한 마리만 덜렁 사갖고 왔지요. 집에 와서 언니가 보더니 그런 건 원래 쌍으로 사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 후 나는 가끔 그 에피소드를 떠올려 봅니다. 아무리 단순한 인간이라도 어째 그것이 쌍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하여 나는 팔자에 그렇게 홀로 사는 걸 타고 났구나... 절감하는 계기가 됐었지요.

그 후 한참 지나서 웬만하면 두 개는 사려고 하는데 꼭 세 개이거나 한 개이거나 홀수가 되는 비극이!!!

다시 요즘엔 짝 따위는 맞출 생각 없이 하나씩 사는 게 좋아졌습니다.

 

작년에 미국 여행중에 사 온 유리 트리랑 놓으니까 제법 분위기 업입니다.오늘 아침에  저 컵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지금 두 잔 째입니다. 

 

지난 주에 지방에서 친구가 왔었습니다. 오면서 텃밭에서 뽑은 배추 한 포기를 신문지에 싸서 갖고 왔더군요. 자알 뒀다가 어제 펼쳐보니 겉은 약간 누래졌고 속은 노오랗게 안았습니다.

 양지머리를 한 팩 사와서는 다아 늦게 쇠고기 배춧국을 끓였습니다.

요즘은 무와 배추와 패류가 맛있는 때이지요. 하여 굴 무밥도 땡기고 들기름에 볶은 무나물도 먹고 싶고, 당면 넣은 쇠고기 무국이나 양지머리 넣고 끓인 경상도식 따로 국밥도 땡깁니다. 하여 쇠고기를 사 와서는 갈등을 한 것이 무국을 끓일 것인가 배춧국을 끓일 것인가였지요. 아니 사실은 낮에 문득 아욱국이 먹고 싶어서 아욱도 한 묶음 사왔는데 그것까지 세 가지 국을 놓고 머릴 굴렸습니다.

결국은 이번엔 배춧국, 담엔 분위기 바꿔서 아욱 된장국, 그리고는 며칠 후에 쇠고기 무국으로 정했습니다. 국 다 끓이고는 너무 늦어서 밥은 못 먹고 국만 한 사발 먹었습니다. ^^

말간 쇠고기 양지머리 국물의 감칠맛에 배추의 들큰함이 아주 맛있습니다. 아침에 밥 말아 잘 익은 배추김치와 먹었습니다. 따뜻한 국물과 호화된 녹말의 힘이라는 것은 사람의 몸과 맘을 리일렉스하는데 최고지요. ^^

 

한 해 농사를 거두고 난 가을이 지나면 나는 농사같은 건 짓지도 않으면서 괜히 이것저것 풍성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 농경민족적인 유전자 덕이겠지요.

그리하여 먹을 게 많은 날들입니다.

텅 비었던 냉장고를 채웠더니 안 먹어도 배부릅니다.

눈이라도 내릴 듯한 날씨... 문득 평화와 감사가 주위를 떠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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