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들고 있는 것들입니다.
삯바느질 해서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업으로 삼은 것도 삼을 생각도 없으면서 그저 틈나는대로 바느질을 하고 있지요.
다아 만들고 시작하면 좋으련만 뭐 이것 쪼금 하다가 다른 것 건드리고... 하다보니 진행 중이 다섯 개가 넘습니다. 맨 뒤의 흑백 호보백은 바인딩하고 지퍼달면 되고 앞의 분홍 색 파우치는 역시 안감 넣고 지퍼 달면 끝입니다. 그 밑의 초록색 스트라이프도 지퍼 달고 바닥만 앉히면 되구요. 선인장 세개 만들어 놓은 것은 월포켓 만들 거니까 역시 뒷감에 퀼팅하고 붙이기만 하는 되는, 말하자면 90퍼센트 이상은 다아 된 것이지요.
맨 위의 다시 만든 핸드폰 주머니는 울엄니용으로 역시 찍찍이만 달면 되구요.
저거 보면서, 바느질에서도 사람의 성향이 나오는구나.... 깨닫습니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끝은 미약하게 늘 구십퍼센트에서 어영부영 하는...ㅋㅋ
조각천 없앤다고 아주 작은 조각까지 갖고 놀다보니 그만 그 화려한 색깔과 무늬에 멀미가 나서 쳐다보기도 싫어지더군요. -내가 꽃무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의외로 꽃무늬가 많아 놀랐다.- 하여 조각천들 속에서 올림푸스 빈티지 조각을 모아 아무 생각 없이 나인패치를 했습니다. 가라앉은 베이지와 갈색에 무지 린넨천의 조화가 제법 안구정화를 일으킵니다. 저걸로 무얼 만들까 또 생각을...
하여 아까 이젠 바느질 안 해!! 하고는 다아 모아 한 쪽에 밀어놓고는 갑자기 커피 끓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호보백 손잡이 걸이나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역시 자투리 시간에 붙이기 좋을거야... 하고 재단을 했습니다. 가로 4Cm 세로 2Cm짜리 두 개... 그리고는 문득 보니 이런!! 바늘에 검은 실 꿰어 놓은 게 없어서 그만, 떼 쓰듯이 우이, 검은 실 안 꿰어놔서 안해!! 하고는 치웠습니다.
그렇게 검은 실 없어서 안 해!! 를 큰소리로 말했는데 이야 스스로 생각해도 귀여워서 킬킬 웃었습니다. 푸하하하
흠... 이게 분열적인 증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합니다.
해서 아직도 저건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여하간.... 하루 종일 내 생활의 전부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바느질, 책 읽기, 밥 먹기, 주식거래, 망상과 공상, 검색, 글쓰기, 오늘 같은 날은 네 잔도 더 마시는 차 마시기 등...
하는 일의 가짓수에 비하면 형편없이 좁지만 사실, 살면서 그렇게 넓고 큰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넓이와 크기에 비례해 행복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구요.
내 천국입니다.
눈만 돌리면 혹은 손만 뻗으면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심심해 따분해 따위를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감사한 일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해도 좋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 해도 좋을 감사한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거의 죄악입니다.
사실 지난 주는 금욜부터 시작해서 내에 바빴습니다. 친구들이 왔었고 지방에서 사촌동생 내외가 와서 1박2일을 했었고 약속도 많았고 남은 시간엔 남산과 명동과 강남역엘 갔으니까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거지같은 장세에서 매일매일 날렵하게 거래를 해서 소박하게 일당벌이도 했으니까 이건 정말 밀도 있는 일 주일이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푸욱... 집에서 책을 읽고 청소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온전한 시간엔 바느질 하는 거 아까워서 잘 안 하게 되지요. 사실 바느질이라는 것은 자투리 시간에 실실 하는 게 최곱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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