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꿈에 큰오빠네 큰 조카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꿈을 꾸었다. 백합이랑 장미가 어울워져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조화였다. 처음에 받을 때는 약간 굽어 있다가 내가 받으니까 반듯하게 펴졌다.
깨고 나서 조카랑 이름의 자음이 비슷한 아이가 수시에 접수해 놓은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었다. -지난 번에 와서 자기 소개서며 이런 거 쓰고 갔었다-
그 날 낮에 누군가로부터 글쓰기 부탁을 받아서 그 일인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글쓰기 주제는 내게 꽃다발을 줄 상황의 것은 아니었다.- 꿈에서 조화로 된 꽃다발은 명예나 상장 훈장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수시 일차 합격했어요. 선생님 덕분이예요~~ -이건 아이가 주는 명예이자 훈장이다. 하하하-
이야~~ 축하한다.
물론 내 덕분일 리는 없다. 그렇지만 선생님 덕분이예요~~ 라는 기분 좋은 말을 통해 '내'가 줄 수 있는 혹은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응원을 온통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그렇게 양으로 잴 수 없는 귀한 가치가 있다. 그 아이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듯 나 또한 진심으로 그 아이가 나머지 시험에도 통과하길 빌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누군가 '나'를 위해 사심없이 잘 되길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그건 '내'가 뿌린 '덕'이다. 그것이 입으로만의 덕이 아니라 마음으로의 덕...
그러나 입으로의 덕은 가식으로도 나올 수 있지만 마음으로부터 베푼 덕은 누구도 모른다. 오로지 신과 '나'자신 외에는... 하여 자신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 혹은 이유없는 고뇌로 들끓을 때 저 멀고 먼 인생의 뒤안길로 돌아가 '나'를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업과 덕이 함께 있을 것이다.
흠...
문득 나를 돌아보면서 나는 덕을 베풀었는가를 생각해본다. 나는 이유없이 남을 질시한 적이 없었는가... 혹은 나와 별 관계없는 그리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 부정적인 뒷담화를 일삼지 않았는가. 혹은 내 이해관계에 따라 누군가를 헐뜯고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았는가.
하여 진심으로 나 잘 되기를 빌어줄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그러면서 때때로 나는 그때 이랬으면 혹은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한다. 문득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부끄럽고 민망한 소소한 일들도 어제 일처럼 떠오를 때면 꼼꼼하게 내 잘못과 실수를 가려내는 작업을 하면서 말이다. 물론 쓸데없는 기억력을 자랑하는 터라 당연히 어떤 일에 대해서는 그때 그 사람은 왜그랬을까...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도 생각해보고...
유네스코를 유니세프로 잘못 말하면서도 저기 어릴 적 낡은 고리짝 안에 들어있는 기억들은 풀 HD 버젼으로 떠오르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죽을라나...^^;;
어제는 종일 어두컴컴하니 흐리고 비가 내렸다. 나는 종일 바느질을 하거나 빈둥거리거나 하면서 보냈다. 머릿속에는 읽어야할 책이 산적해 있고 분석해야할 종목-??-들이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몰려오는 적군 쳐부시듯, 다음엔 이불을 만들어볼까... 어제 만든 가방을 서너 개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줄까나... 죽기 전에, 쌓아 놓은 퀼트 천들 다아 쓰고 죽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나 하믄서...
이건 분명히 호르몬 변화에 의한 정서의 변화일 것이다. ㅋㅋ
아침 수업이 캔슬되어서 문득 빈 시간이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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