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오애도 2011. 10. 22. 11:42

 

지난 여름 초입에 저렇게 두꺼운 공책을 한 권 샀습니다. 표지는 플래스틱 비닐로 되어 있어서 한참 여닫아도-??- 너덜너덜해 지지 않도록 일부러 골랐습니다.

일기장은 아니고 그냥 매일매일 그날의 일이나 날씨, 해야할 일, 했던 일 ,어디선가 봤던 맛집 전화번호라던가 위치, 이름-요새 하도 깜빡깜빡해서...- 같은 걸 두서없이 적어 놓습니다.

 사실 매일매일 살면서 닷새만 지나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분해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여 문득 이렇게 허망하게 잊는다는게 슬퍼서-??- 시작한 일이지요. 물론 이 블로그도 그 기록으로써의 역할은 대단히 충실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십년이 넘었으니까...- 이 블러그의 글들은 그러나 제법 감상이나 사고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면 저 노트는 그저 매일매일의 사실적인 기록입니다. -물론 저거 쓰고 블러그 글쓰는 횟수가 준 것도 사실...-

어떤  것은 대단히 꼼꼼하지만 또 어떤 것은 대단히 대충하는 게으름 때문에 매일매일 하루도 안 빼고 쓴다는 꼼꼼함에 비해 글씨 멋지게 쓰려는 시도나 장식-?? 같은 것 원래 안 한다- 은 전혀 없습니다.

가계부도 십원 한 푼 안틀리게 계산해서 완벽하게 더하고 빼진 않지만 매일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쓰고 있고 -이건 아마 20년도 넘었을 듯...-주식 매매일지도 정말 하루도 한 빠지고 매일매일 쓰고 있는 터라 아침이면 아니 저녁이면 아니 언제고 무신 사채업자 회계장부 쓰듯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6월 21일 부터 쓰기 시작했으니까 오늘로 딱 4 개월 됐습니다.

중간중간 꿈얘기가 있고 그 꿈이 언제 실현됐는지 같은 것도 금방 주욱 드러난다는....

 

 

갈수록 기록이 주는 푸근함과 아늑함이라는 걸 느낍니다. 

어릴 땐 일기 쓰는 걸 무지하게 싫어해서 일기숙제 안 내 주는 선생님이 최고였는디 나이 먹고는 일기를 세 개 씩이나 아니 블러그까지 합하면 네 개 씩이나 쓰고 있는 거 보면 삶에서는 극단적인 호오의 선택이라는 것은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저것들을 들여다 보면 그날 그 때의 일들이 제법 선명하게 떠 오르기도 하거든요.

사실 진술의 파삭거림 탓에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언제 무엇을 했고 그걸 깨달으면서 그 기억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기록의 미덕입니다. 흠...

문득, 나이 더 먹고 죽을 때가 되면 미리 어떤 징조라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저런 지극히 사적인 기록들을 깨끗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퍽!! 느닷없이 교통사고나 이런 걸로 세상을 하직하는 일이 없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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