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립니다.
낮에 강남역에 나가서 봄 재킷을 하나 사고-올 봄앤 풍덩한 푸대자루 같은 재킷이 트렌드인 모양이다. 보세집에서 거금을 주고 샀는데 세상에!! 나같은 인간이 입어도 거의 푸대자루인데 의외로 아주 멋스럽다- 케이크 집에 앉아 모처럼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 왔습니다.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는데 혓바늘이 돋은 걸 투섬 플레이스의 딸기 요거트 케잌 먹으며 알아챘습니다.
그동안 체중 3킬로그램을 줄였고, 지난 가을부터 시작했던 검은색 플오버 스웨터를 거의 다 떠서 이번 주에 가서 꿰매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빈티지 블루의 쇼올은 아직 오분의 일도 안떴지만 며칠 올인하면 금방 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심대로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이거 무쟈게 재밌습니다. 그저 책만 보고 샤악~~ 푸는데 아직은 인강도, 선생도 필요 없이 술술인데 나이 먹어 생각이 넓고 깊어져서인지 아니면 교재가 좋아서인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어쩌면 울동네 문방구 사장님 말씀마따나 정말 내가 이과적인 인간인지도... 알라들 푸는 과학책도 슬 넘겨다 보면 사실 그것도 재밌습니다.
한참만에 청계산도 갔었고, 남산도 올랐었고, 지금은 나한테 안 배우지만 중학교 졸업식 한 알라들이 두어팀 찾아와서 한참을 놀다 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블러그 글 보고 대체 무슨일이냐고 경향각지에서 전화가 와 푸파푸파 씩씩 애기했고, 그러면서 중간중간 여러 사람들을 만나 위로와 조언도 받았습니다.
어떤 일이었든 니가 옳았을 거야... 라든가. 선생님이 틀렸을 리가 없어요... 라든가. 언니가 잘못했을 리가 없잖아~~ 라고 모두들 얘기해줘서 그래도 내가 살면서 위선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사악하거나-??- 어리석어 보이게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위안도 얻었지요.
아니면 어느 친구말마따나 이젠 많은 부분이 차고넘쳐 -??- 비로소 자신에게 솔직한 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흠... 어쩌면 그동안 뭔가 부족하고 결핍되어서 너그러운 체-??-를 하고 살았을지도......
정말로 내게 진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한편으론 눈물나게 참으로 감사한 날들이었습니다.
봄이 오면... 뭔가 달라질 것은 사실 그닥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올 봄엔 새로 시작한 수학공부와 뜨개질이 있어서 조금은 이전의 봄과는 다른 날들이 되겠지요.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서 맘이 설레는 날들입니다. 어쨌든 이번 주에 스웨터 끝나면 산뜻한 봄니트를 시작할 예정이거든요.
괜히, 열 다섯 무렵에 외웠던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가 생각납니다.
피파의 노래
때는 봄
봄날은 아침
아침 일곱시
이슬은 언덕에 방울방울 빛나고
종달새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기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니
세상이 모두 평안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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