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래도 봄은...

오애도 2010. 2. 22. 15:35

유행중인 감기에 걸렸습니다. 전형적인 감기의 모든 증상이 다 있는 감기인데 의외로 강적일 거라고 약사가 그러더군요.

 어제는 밤 새 고열이 났었습니다. 하여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자다 일어나 이불 하나 더 꺼내 덮고 잤습니다. 손 발만 빼고 몸 한 가운데가 추워서 헤어 드라이어로 붕붕 덮혀가며 말이지요.

 며칠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다독이느라 나름 과한 에너지가 쓰였던 모양입니다.

  내 옆에 있는 몇 몇 사람들은 그렇게 화를 내는 거 처음 본다고, 일단은 진정하라고, 여럿이 다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으니까 행동하는 것은 잠시 유보하라고 아니면 강도를 줄이거나 다른 방도를 찾아보라고 나중엔 알라들까지 나서서 말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뜨개질도 바느질도 책 읽는 것도...

나란 인간이 분명 집요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끈질기게 집요하고 잔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나 싶을 지경입니다. 

나는 원래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호들갑을 떨어대는 인간이 아니라서 정말 냉정하게 따지고 또 따져봐도 납득도 이해도 그래서 용서도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재은이가 지난 번에

고모,고모도 화가 나면 입에서 불뿜어요?

그럼~~

어쩌면 내가 붕붕대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으면 초강력 화력의 화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수요일엔 모처럼 동물원엘 갔습니다. 동물원을 돌면서 지인과 더불어 내내 울화통 터지는 얘기만 하다가 왔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 있던 어디메 쯤 봄기운이 조금은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비록 먼 산에는 아직 흰 눈이 덮였고 그늘진 곳에는 얼음이 얼어 미끄럽긴 했어도 말이지요.

 

아직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맘이 편한 상태가 아니라서 희희낙락 글을 올릴 수 없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글에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터라 아닌 체를 하거나 어떠어떠한 '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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