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계획했던 산행이, 한번은 추위때문에 한 번은 비 때문에 또 한번도 비때문에 미뤄지고 미뤄져서 결국 설 전에는 못가게 됐습니다.
요새 며칠 내리는 비가 만약 눈이었다면 그야말로 도시에서는 재난의 날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푹한 날씨 탓에 추적추적 지치지도 않고 비로 내리더군요.
어제는 그렇게 내리는 비를 뜷고 마트엘 가고 저기 삼성동까지 걸어가서 곤드레 나물밥을 먹고 저녁엔 지난 번 피부관리-??- 에이 에스로 마사지 뭐 이런 걸 받고 왔습니다. 밤에는 친구랑 설렁탕집에 마주 앉아 한 잔 소주 앞에 놓고만 있다 왔습니다. ^^;;
안그래도 겨우내 집안에 있었던 관계로 얼굴이 허옇게 쉐었는데다가 살이 포동하게 오르고 있으니 얼굴이 반짝거리는데 어깨 드러내고 누워서 조물딱조물딱 만지고 이것저것 바르고 집에 왔더니 뭐 반지르르 윤기가 나더군요. -이건 밤에 만난 친구가 하는 말- 아침에 일어났더니 과하게 어깨며 이런델 주물렀는지 아니믄 다아 늦게 설렁탕 국물 몇 숟가락 떠먹어서 그런지 얼굴이 티잉~부었더군요. 누군가 내몸에 손대는 게 썩 불편해서 잔뜩 굳어 있었더니 여기저기가 뻐근하기까지... 역시 생긴대로 사는게 젤입니다. ㅋㅋ.
흠... 그래도 다음엔 처진 눈꼬리 올리는 시술이나 받아볼까나... 했다는.. 켁!!!!
난시가 와서리 조만간 안경을 맞춰야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모니터를 과하게 들여다봐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주상으로 내 눈은 무쟈게 좋아서리 아직 노안도 안 왔거든요. 바늘귀 꿰는 건 하나도 문제 없는데 침대에 누워서 티비 볼 때 자막이 흐리멍덩덩해 보여서 자꾸 이마에 주름을 잡게 된다는... 흠...
아침부터 내리는 눈이 여전히 푸슬거리는데 녹은 빙수처럼 질퍽하게 바닥에 쌓이고 있습니다. 제법 훤해지는 것을 보면 그칠 것도 같은데 비도 많이 왔고, 질퍽하게 내린 눈도 녹아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을 싸악 쓸어 하수구로 흘려 보내겠지요.
중학 1년 국어 교과서에 우리가 눈발이라면.. 이라는 시가 나옵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주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함박눈이 되자... 하는 시구가 있는데, 나는 아이들한테, 진눈깨비는 부정적 의미로 쓰여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지 못하는 존재의 상징으로 쓰였고 함박눈은 그 반대의 의미로 쓰여 행복과 기쁨을 주는 존재의 상징이란다... 하고 가르칩니다. 시험문제도 꼭 나오지요. 하지만 요즘 눈이라는 건 함박눈이건 진눈깨비건 사람들에게 불편과 불행을 야기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요즘 알라들 사고력이라는게 거기까지 가진 못하니까 이건 말이 안되잖아요~ 하고 따지는 녀석은 한 넘도 없구요. 함박눈 펑펑 내려 쌓여서 교통대란을 일으킬 때의 불편과 불행-??-보다는 추적추적 비하고 섞여 내려 싹 녹아 없어지면 거리도 깨끗해지고 불편하지도 않으니까 오히려 진눈깨비가 더 낫다는 다분히 실질적인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편리함이 미덕인 세상에서 한 줄 시가 주는 정서적 위안 따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지요.
이것저것 해야할 것은 많은데 마음이 이상하게 부웅 떠있는 듯 합니다. 간 고등어 구워 밥이나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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