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주저리 주저리...

오애도 2010. 3. 10. 12:06

바로 창문 앞에 세워 놓은 승용차 위에 소복하게 눈이 쌓여 있습니다.

어제 한밤중에 수업 끝나고 친구랑 늦은 저녁 먹고 들어오는데 가루설탕 같은 눈이 바람과 합께 날리더군요. 방향없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불어대는 바람에 실려 잘지만 무게 있어 뵈는 눈들이 흩어져 내렸지요.

 골목에 들어서니 바람은 없고 가로등 불빛 받아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마치 잘게 빻아놓은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서서 그것들을 바라봤습니다. 자정을 넘어선지라 집앞 골목엔 사람 하나 없었고 사람 지나간 흔적도 없이 앞서 한동안 질펀하게 녹아내리던 걸 멈추고 눈은 사박사박 쌓여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어쩌면 진실이고 그리하여 세상이나 우주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종종 생각하는데 지금 이순간 참!!! 고즈넉했습니다.

 눈은.... 분명 그렇게 밤새 내렸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아직 음력으로는 정월이니까 뭔 3월에 눈이 내리냐는 호들갑 따위는 단지 호들갑일 뿐이지요. 나이 먹어 책에서 본 것 말고도 눈앞에 일어나는 사소한 것에서도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제법 생기고 있습니다.  흠...

 엊그제 모처럼 청계산에 올랐었습니다.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나 싫어하는 계단길로 올랐더니 이틀 지난 오늘까지도 장딴지가 땡깁니다. 날은 청명해서 먼 곳까지 시계는 넓었지만 바람은 쌩쌩 불어서 꽤 많이 덜덜 떨었습니다. 한참만에 김치 부침개를 해서 들고 갔습니다. 덜덜 떨며 그나마 헷빛 따뜻한 헬기장에서 콧물 훌쩍이며 먹고 왔다는...  그동안 눈도 안 녹고 춥기도 해서 서울 대공원 동물원만 돌았는데 그건 전혀 종아리 근육을 단련시키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며칠 째 식욕이 떨어져-그런 날이 있다니!!!!!- 이전에 하던 약식 반식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래도 사람이란게 이상해서 이유없이 식욕이 없어지면 뭔 병이 있나 싶어서 이것저것을 더 챙겨먹어야 할거 같은 강박에 시달립니다. 하여 일욜 낮에는 수업 빈 시간에 혼자 어슬렁어슬렁 나가 알밥정식 셋트라는 걸 먹고 왔습니다. 우동, 초밥, 그리고 알밥... 이렇게 나오는데 우동은 남기고 나머지 밥도 간신히 먹었다는... 나는 분명 식욕과 삶의 의욕은 비례한다고 믿는지라 잠깐동안, 일상을 첨예한 맘으로 살아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줄창 뜨개질이랑 별 시답잖은 인터넷 서핑만 해댔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푸른 색 쇼올을 줄창 뜨고 있습니다. 스웨터는 앞판 뒷판 이어놓고 소매 잇고 목선 마무리가 있는데 안 하고 있습니다. 펄 섞인 살구핑크의 쇼올을 울엄니 생신선물로 뜨겠다고 받아와서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에효~~ 뜨개질로 업을 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뭔 문어발인지... 오늘도 내일도 팽팽 노는 날이니까 열심히 일로매진해서 끝내야겠습니다. 흠... 그럼 수학문제는 언제 푼단 말인가...   

 지난 주부터 새로 시작한 알라들이 제법 있어서 나름 생기가 있습니다. 수업 한 번 하고 간 아이 중에 광신도-??-도 생겼습니다. -광신도는 내말이 아니고 갸네 엄마말씀... 첫애가 나랑 수업한지 3년짼데 집에 가면 하도 내 애길 해서 엄마가 애도교 신자 같다고, 선생님대신에 교주님한테 안가냐고하신다는데 동생도 첫날 수업하고 가서 언니가 왜그런지 알겠다고 했더니 광신도 하나 더 생겼다며 웃으시더라는...^^;;-  자랑질입니다. ㅋㅋ

 

증거자료...ㅋㅋ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의 원리대로 헤어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 헤어지는 걸 너무 섭섭해하는 얼굴이라서 맘이 아팠지요. 그아이 돌아간 후 엄마한테 문자 보냈습니다.

 그동안 00 이 맡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무랄 데 없는 아이라서 가르치는 게 즐거웠습니다. 좀 더 지나면 참 잘 해낼 거예요.

 

종종, 자식은 없지만 그래서 자식만큼이야 안되겠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만큼은 다아 보여 주며 살 대상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아직 어려서 남의 마음의 크기를 가늠하거나 진심의 농도 따위를 전혀 못 느끼는 알라들도 있겠지만 참 이상한 것은 요즘은 내 진심만큼 혹은 마음의 크기만큼 아이들의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하여 마음을 보여주는 일에 머뭇거림 따위가 없어졌습니다.

 

어쨌거나 덕분에 한동안 한가했던  토요일이 수업 꽈악!!!!입니다.

 이번 주는 곗날이고 다음 주는 울아부지 기일이고... 연타로 수업 미루고 재끼느라 머리가 아픕니다.

주말에 목이 쉬고 주중에 회복해서 다시 주말에 목 쉬고... 이러고 있습니다. 이러다 언젠간 분명 탁배기 목소리로 변하겠지요. ㅋㅋ.

 

내 삶의 저만큼이 아니고 이젠 이만큼 가깝게.... 설명할 수 없는 평화와 행운과 즐거움이 다가왔다는 확신이 드는데 그걸 다스리느라 마음과 정신의 수양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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