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요즘...

오애도 2009. 9. 1. 11:49

 내 밥상은 거의 한정식 수준입니다. ㅋㅋ

 

며칠 전 울엄니... 열무김치, 배추김치, 깻잎, 호박잎에다 호박... 까지 한 박스 보내셨습니다.

하여 조선 호박 볶음을 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길쭉한 개량 호박은 반달 썰기 해서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센불에 파랗게 볶는 것이고 조선 호박은 저렇게 울엄니가 어릴 때 해 주는 방식으로 들기름에 볶다가 조선 간장하고 고춧가루를 넣고 완성하면 되는 것입니다. 조선 호박만의 들큰한 맛과 파삭이는 질감이 있습니다.

아니면 충청도 식은 아니지만 새우젓 넣고 볶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기름 적게 두르고 하는 터라  깔끔한 맛이 납니다. 흠... 새우젓 찌개도 맛있지요.

 

 

청계산에 갔다가 입구에서 파는 가지 한 무더기를 사왔습니다. 대량생산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채는 능력은 분명 어릴 때 텃밭에서 본 가지꼴을 기억하는 탓이겠지요. 역시 들기름에 조선간장하고 진간장 넣고 달달 볶으면 맛있습니다.

 

 

울엄니표 깻잎... 누구에게든 검증받은-??- 맛... 일단 생깻잎을 살짝 찐 후에 들기름을 넣어 슴슴하게 양념합니다. 그럼 부드럽고 강하지 않으면서도 토속적인 맛이 되지요. 우리집-충청도식- 음식은 그러고 보면 날것-생야채-을 먹는 경우가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나도 샐러드나 생채보다 단연 숙채를 좋아합니다. 하다 못해 무나물조차도... 내 식성을 듣더니 지난 번에 큰 수술한 친구가 그게 굉장히 건강한 섭생취향이라는군요.

 

 

 

 

그리고 너무 잘익어 버린 열무김치... 울엄니 보내신것이 덜 익은 것 같아서 아무생각없이 하룻밤 더 밖에 내놨더니 저렇게 누르댕댕해 졌습니다. 마슨?? 주금입니다. ㅋㅋㅋㅋ

 

호박볶음하고 가지볶음하고 열무김치랑 고추장 넣어 비비면 그것도 주금입니다. ㅎㅎ.

거기에 더 맛있게 먹겠다고 계란후라이나 김가루,  이딴 것 넣으면 최악의 비빔밤 레시피... 김에 얹힌 기름 쪈내와 달걀 비린내가 섞이면 미각에 대한 모독이지요.

 

 

가까이 찍으니 제법 푸르댕댕하군요.

 

 

재어 놓은 불고기 볶고, 호박잎 찌고,  된장찌개 끓이고 김치 종류 다아 꺼내놓으면 분명 칠첩반상은 될듯......

 

살은 전혀 빠질 생각을 안 하고 그리고 슬슬 그닥 빼고 싶은 생각도 많이 없어지는 중입니다.

  지난 번 사촌 동생이 보더니, 은니야!-경상도 아다- 언니는 뚱뚱해도 모 그닥 흉하지 않다...고 해주더군요.  -얘는 키 170cm에 50킬로그램 좀 넘는다. 자기는 살 좀 쪘으면 좋겠고 마른 남자나 여자는 억~수로 싫어하는데다 먹는 것은 나보다 훨 잘 먹고 많이 먹는다-

 물론 자신이 날씬하니까 가진 자의 건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살이 없어 볼이 꺼진 모습이 정말 싫어서 살을 찌우려고 애쓰는 중이라는 걸 압니다. 뭐 세상 공평치도 않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살 안찌는 사람은 안찌는 사람대로 나름의 고뇌가 있습니다.

 내가 비록 뚱뚱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무쟈게 건강한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먹는 걸 천천히 소화하고 느리게 대사하느라 다른 모든 물리적 기능들의 쇠퇴 속도도 그만큼 늦춰진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하여 늙어 골골대느니 그냥 좀 뚱뚱하고 푸짐하게 사는 것도 괘않겠군... 하고 마음을 돌려 먹었습니다.물론 살쪄서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 혹은 심장질환 또는 무거운 몸 이끌고 다니느라 관절에 무리가 온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느낌 상으로 그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스물 일곱 무렵부터 이랬으니까 몸의 모든 물리적 체계는 분명 거기에 맞게 진화를 해왔다고 믿지요.ㅋㅋㅋ.

 누가 뭐라든 팔십킬로 가까운 체중 들고 산에 올라가도 숨은 차지만 뭐 제법 견딜만하고 후유증도 그닥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여하간 맘을 비웠더니 갑자기 화악 일상이 가벼워졌습니다. 먹는 것이 대부분 맛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어떤 요리든 후다닥 쉽고 빠르고 맛있게-??-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말입니다. 하여 오늘도 감사할 것 찾아냈으니 바를 정-正-에 획하나 더 그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하고 기쁜 것 찾아내 마음 속에 바를 정 자로 표시해보기... 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날이 하도 좋아서 실실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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