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청계산엘 갔었습니다. 아직 뜨겁긴 했지만 바람의 질감이나 햇살의 농도에는 거부할 수 없는 계절의 색깔이 배 있었습니다. 길가의 도라지 꽃... 저렇게 무더기로 있어도 어딘가 쓸쓸합니다.
백석의 시 여승-女僧-에 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도라지꽃 무덤으로 갔다... 구절이 있지요. 그 때문인지 햇빛 반짝이는 풍경 속에 섞인 도라지 꽃에는 아련한 슬픔이 있습니다.
아우라도 아닌 것이 저렇게 발광-發光-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면 영혼의 그림자일지도 모르지요. 하하.
여름 내에 못가고 한참만에 갔더니 계곡의 물이 맑고 깊어졌습니다. 장마에 깨끗이 청소를 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자연은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정화하고 스스로 단장합니다. 저렇게 맑은 물만 보면 머리감고 세수하고 휘휘 빨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 어릴 때 집앞 냇물에 대한 향수탓이겠지요. 그 때는 그렇게 했어도 집앞의 개울은 늘 맑았는데 지금은 법으로 그런 걸 금지해도 자꾸 더러워지는 이유는 분명 사람들의 탐욕과 얕은 쾌락의 때를 씻어서 그럴 것입니다. 물의 자정 능력을 넘어서는 수많은 이기심과 욕심의 때들....이 섞이는 탓이겠지요.
오늘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날이군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는 걸 보면 옛날 어른들의 오랜 관찰에 의한 통계가 애틋한 설화를 만들어 낸것이 분명합니다.
모처럼 산에 갔었더니 장딴지가 땡기긴 하지만 창밖으로 들어오는 바람냄새만 맡아도 이야~~ 살아 있는게 기쁜 수요일입니다.
점심에는 청계산 초입에서 사온 호박 볶아서 그 옛날 울엄니가 해 주시던 잔치국수나 해먹어야겠습니다.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입생에 관한 소고 (0) | 2009.08.31 |
---|---|
오늘은... (0) | 2009.08.27 |
여름의 끝... 이겠지. (0) | 2009.08.22 |
...... (0) | 2009.08.20 |
그래피티... (0) | 2009.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