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언 남쪽 지방으로 일박이일 여행을 다녀오다.
여름에 가는 여행은 분명 피서-避署 : 더위를 피하다-인데 그만 영서-迎署: 더위를 맞다-가 되어버리고 말다. 그런데 정말 그런말이 있을까??? 하하.
오는 길에 강진의 다산 초당에 들렀는데 내 생애 그렇게 더운 건 처음이었다. 습도는 높고 당연히 후텁하고 땀은 비오듯 흘렀고... 남쪽 지방이라 더운개벼~~ 하고 돌아다녔는데 이런!!! 죽암 휴게소쯤에서 차안 온도하고 바깥온도하고 봤더니 아무리 밤이라고는 해도 바깥 온도 22도, 차안 온도 24.5도...
뉴스 들어보니 전남지방 폭염주의보였단다. 기온은 33도였다는데 습도 때문에 체감 더위는 38도 쯤 되었던 듯 싶다. 습도와 엉킨 더위는 요새 아이들 말로 작살이었다.
내려갈 때는 서해안 고속도로 중간까지 비가 퍼붓듯이 와서리 거의 자동세차기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분위기가...
하여 어제는 돌아와 열시간 쯤 내리 잤다.
돌아와보니 하룻 사이에 서울은 거의 가을 냄새가 날 정도로 아침공기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침대위에 깔아놓은 대자리의 질감이 파삭거리면 여름은 다아 갔다고 볼 수 있다. 공기에서 습기가 빠져나갔다는 뜻이니까...
이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듯 알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과 스무시간 남짓 밖에 안 지났는데 남쪽 지방의 폭염이 오늘 아침 같아서는 정말 먼 나라 일에다 거짓말 같다.
삶이 여행과 닮아 있다면 그 뜨거운 날들이 지나 이렇게 파삭이고 선선한 아침을 맞듯 내 일상도 그렇게 되겠지.
견디는 날이 지나고 나면 누리는 날들이 오고야 말리니...
언젠가는 변하겠지만 나는 여름이 견디는 날들이다. 늙으면 당연히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고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내 생애 남아 있는 날들이 이제는 가을과 겨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유없는 설렘으로 그 두 계절을 기다렸는데 틀림없이 내 삶에 있어서의 계절에서도 뭔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을 믿는다.
핑곗김에 수업은 다아 재끼고 오늘까지 쉬는 날... 저녁엔 하얏트 호텔에서 무슨 디너르~쇼~~에 초대를 받았다. 비용이 거금 삼십만원!!!!! @.@
나는 정말 무쟈게 복많은 인간... 이다. ^^;; 그렇게 분명, 누리는 일만 남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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