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봄 미나리...

오애도 2009. 4. 2. 13:24

겨울날 다스한 볓을 님 계신 데 비취고쟈
봄 미나리 살진 맛을 님에게 드리고쟈
님이야 무섯이 없으랴만은 내 못 잊어 하노라

 

 

작자 미상의 고시조입니다. 따스한 볕이며 미나리의 살진 맛까지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울엄니가 뜯어주신 살진 봄 미나리입다.

 

지난 월요일 울엄니 생신이셨습니다.

 

내려갔더니 울엄니 한 아름 저걸 뜯어 깨끗이 다듬어 씻어 놓으셨습니다.

축축한 논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자식 생각하며 뜯었을 내 어머니의 포즈를 생각해 봅니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고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린 등줄기를 햇빛 아래 드러내 놓고 계셨겠지요.

 

 

 

여기 저기 주고나니 그만 한 움큼 남았습니다.

좀 전에 나 좋아하는 미나리 겉절이 했습니다. 고추장에 간장과 마늘과 볶은 깨와 고춧가루 조금 넣고 버물버물 하는 것입니다. 식초 넣고 설탕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음식은 왠지 반찬 같지 않아 반찬으로써는 잘 안 하게 됩니다.

 

 

 

 

저렇게 조물조물 무쳐 이렇게 예쁜 접시에 잠시 담은 것은 그냥 사진 한 장 박기 위한 것입니다. ^^;;

 

 

 

 

그리고는 다시 양푼에 부어...

 

 

썩썩 비벼 먹으면 맛있습니다.

참기름도 넣지 않고 계란후라이나 김가루나 그런 것 넣으면 크은일 납니다. ^^. 그저 미나리의 향만 살리는 것이지요.

 

 

그럼 이런 모양새가... 됩니다.

 

 

 

자아.... 한 입 드세요~~

 

 근래 들어 매식을 일삼다가 가장 인간답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금 막....

맛있는 걸 먹어줘서 고맙네... 라고 몸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남은 미나리로 두어 쪽 미나리 전 부쳐서 막걸리 한 통 사갖고 청계산에 가야겠습니다.

 

 

며칠... 마음 써야하는 그야말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하거나 심상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없었지요. 정말 힘들고 화나고 슬프고 고통스럽고 부끄러울 때 쓰는 글은 분명 감정의 휘둘림을 받아 그 긍정적이지 못한 마음을 전이시킬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화가 날 때는 말을 아끼고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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