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수영을 갔었습니다.
이 엄동설한에 차가운 물을 가르며 수영을 하거나 뜨건 탕속에 들어가 있거나 후끈한 사우나실에 앉아 있으면 정말 이건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밖에는 쌩쌩 찬바람이 부는데 벗은 몸으로 물을 가르는 사람들은 목욕탕 수준으로 많아서리 거의 발끝이나 손끝을 툭툭 건드리기까지 하더군요.
흠... 그런데 어째서 아줌씨 할머니 들이 양치질 하믄서 샤워기 틀어놓고 하는지... -젊은 사람들은 괘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철딱서니 없거나 뭘 모르기 때문이라고 쳐도-
자기네 집 물은 절대 안 그러겠지요... 내 것은 아깝고 귀한데, 남의 것은 안 아깝고 함부로 하는 것... 이기심과 어리석음, 무식함의 극단이라고 한 치 망설임 없이 말해야겠습니다. 결국 이 세상은 '내 것'이 포함된 '우리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조차 깨닫지 못하니까 말입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러면 더 추해 보입니다.
영혼이나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긴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의 미덕일텐데 나이 먹으며 이기적인 것, 생각 짧은 것, 뻔뻔해지는 것...같은 것만 득세를 하는 것 보면 나이 먹는다는 게 갑자기 끔찍해집니다. 이런!!!
일요일은 곗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왁자하게 모여 떠들고 신나게 노닥거렸습니다. 뭐 거의 바느질 얘기였는데 패브릭 사과 한 알씩 만들어 들고 갔지요.
이쪽 동네서 수업 있는 친구랑 동침을 했고, 새벽에 일어나, 전날 과음에 숙취 해소해야 하는 사람들처럼 콩나물 국밥집에서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참으로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수영도 했고, 며칠 전 사놓은 고기로 계란 넣고 장조림도 해 놨고, 김치찌게도 갈지게 끓여놓고, 곗돈 탄거 넣으러 은행에도 갔었습니다. 교육비나 뭐 이런게 은행으로 들어오는 터라 큰 돈 만지는 거 오랜만이었습니다. ^^;;-오십만원!!! 우와!!! -병원에도 잠시 들렀고 수영장 사물함 키를 그냥 들고 오는 바람에 바람 쌩쌩 부는 저녁에 수영장까지 다시 갔다 왔습니다.
친구랑 소주 한 잔 마시는데 불길하게 목 뒤가 뻣뻣한게 영 기분이 별로입니다.
모처럼 수영에 목 근육이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다시 운동에 실실 힘을 줘야겠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치지도 않고 노래 부르는 게 체중 내리는 건데 이렇게 큰 결과 없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것을 그 정도 노력했으면 정말 많은 것을 이루지 않았을까... 후후.
뭐 그래도 이만하믄 꿈꾸는 일에 게을러 본 적 없고, 하고 싶은 일에는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느님도 착하게 봐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책방엘 들러야겠습니다. 사놓고 안 읽은 책도 꽤 있는데 날잡아 다아 읽어치울 생각입니다.
며칠 전 책꽂이 정리를 하면서 보니 옛날 고등학교 영어 자습서가 세 권 나왔습니다. 제법 밑줄도 쳐져 있었는데 너무 낡아서 누우렇게 변색되고 겉표지 쌓았던 비닐도 다아 낡아 후둘후둘 하더군요. 86년도 판이었으니까 20년도 더 넘었는데 대체 나는 무슨 맘으로 그 자습서를 보관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지금도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은 '교과서'에 있다고 믿고 있는 인간입니다. 하여 뭔가 잘 이해가 안되거나 쉽게 알아보려면 교과서를 얼른 들춥니다.
얼마전 재봉틀 꺼내 놓고 실꿰는 순서를 몰라 중학교 2학년 가정 교과서 보니 자세히 나와 있더군요. 최근에 원목 테이블 사고 볼트와 넛트 조이는 게 헷갈려 이번엔 기술 교과서를 찾아 보기도 했지요. -결국 인터넷 지식인 뒤져 넛트와 볼트는 물론 와셔의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도란스-강압기 사려고 검색하다가 이번엔 강압기의 세계를 잠시 섭렵했고, 청소기 사려고 뒤지다가 청소기의 성능 용도, 각 용도별 필요 전력량 따위까지 섭렵...참 세상엔 여러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청계천 지퍼 시장엘 가면 거긴 지퍼의 세계가 귀엽게 존재한다. 파우스트 박사가 세상의 지식을 위해 악마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컥!!!!!!! -
하여 아마 그 영어 자습서를 간직한 것은 완벽하게 본문 섭렵을 해서 독해, 단어, 리딩 따위를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한 권만 빼고 다아 버렸는데 차마 아쉬워서 몽땅 버리진 못했습니다. ^^;;
책방에 가서 고등학생용 영어 자습서를 한 권만 사 와야겠습니다. 하하.
아직도 누렇게 뜬 고등학교 일본어 자습서도, 새국사도-그땐 그것이 가장 좋은 참고서!!-있습니다. 버릴까?!!
하고 들춰봤다가 언젠간 보겠지 하고 다시 꽂기를 십 수년 한 것이지요. 저 영어 자습서 앞 단원은 지금도 안보고도 좔좔 매끄럽게 외웁니다. ^^
일본어 자습서는 설명에 한자가 많아서 한자 공부까지 덩달아 됐었습니다. 미연형이며 연용형 따위...
저거 배우면서 비로소 우리나라 문법이 제대로 이해가 되더군요. 영어문법하고... ^^;;-독학의 미덕-
여하간 맘에 드는 다이어리 한 권 사야겠습니다. 한때 서점이 인생의 로망이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이건 배신입니다. ^^
그래도 이야~~ 기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