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신이 내렸는지 월요일부터 며칠동안 구석구석 청소를 했습니다.
매직 블럭이랑 락스와 수세미와 걸레를 하루 종일 들고 있었지요.
더 함도 덜 함도 없이 말하자면 나란 인간이 바지런하게 집안 반짝반짝하게 쓸고 닦고 하는 인간은 못됩니다. 뭐 그렇다고 얼굴이나 몸은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한데 집안은 미친년 속치마처럼 해 놓고 살만큼 게으른 인간도 물론 아닙니다. 그렇긴 해도 구석구석 안 보이는 곳의 때라는 것은 특별히 결벽증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어영부영 별 생각 없이 지내기가 십상인데 어쩌자고 화장실 구석에서부터 벽면, 부엌 싱크대 밑에서 부터 레인지 후드의 기름때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내리 며칠 째 청소를 해 댔더니 이틀 째 되는 날부터는 자고 일어 났더니 손 끝이 화끈화끈하고 어때가 욱신거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명 아직도 구석구석 묵은 때들은 있을 것이고 그게 어딜지를 자려고 어둠 속에 누워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늘 일상은 몰려오고 몰려갑니다. 이사온 지 오년이나 됐으니 벽지도 누렇게 됐는데 도배를 하는 것은 너무 큰 일이고 얼룩덜룩한 벽면을 어떻게 가릴 것인지 한참 고민중입니다.
엊그제는 모처럼 친구들이 우우 몰려와 왁자하게 놀다갔습니다. 가정 있는 친구들은 돌아가고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한 친구랑 오후에 잠시 청계산엘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오랜만에 이수봉 쪽으로 올라가 깔딱고개를 올랐습니다. 이제 깔딱고개 정도는 제법 익숙해 졌는지 뭐 가뿐하게 올라갔다 왔습니다.
수업을 두 탕 뛰었고 비로소 시작한 이불 퀼팅에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른쪽 귓불이 다시 덧나길레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역시나 감기가 찾아와서리 컨디션이 나빠진 탓입니다.
오늘은, 저기 저녁 때 쯤 덩그마니 수업 하나가 걸려 있고 모처럼 낮시간이 널럴한 토요일입니다. 이불을 다아 만들고 나면 훌쩍 나가 시끄러운 거리나 걸어다녀볼까 합니다.
맘마미아나 한 번 더 보고, 맛있는 만두나 먹고 와야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만두 생각이 간절한데 딱 세 개 정도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수봉 가는 깔딱고개에 제법 단풍이 들었습니다.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렇게 자연은 내면에 물기를 말리면서 화려하지만 쓸쓸한 색깔을 품습니다.
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이불을 탑만 완성해 놓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손을 댔습니다.
내일 쯤은 다아 끝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여곡절에, 삼수갑산을 가는 꼴이었지만 수동으로 하는 일에서 오는 수학적 오차가 아닌 사소한 게으름이나 귀차니즘이 어떻게 만들어질 작품-??-의 값어치를 훼손하고 떨어트리는가를 깨닫기도 했지요. 하여 적어도 퀼팅은 그딴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상을 다아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고 꼼꼼히 시침질을 했습니다. 바닥에 밑감을 대고, 그것을 움직이지 않게 테이프로 고정하고 솜을 대고 다시 테이프로 고정하고... 시침질 하기 위해 바닥에 밑감 고정해 놓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시침질 끝냈는데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듯, 사소한 과정의 정성이 최선의 완성품을 낳기도 하지요. 초록색 실로 퀼팅을 하면서 녹색이 주는 생기에 자꾸 감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젠 제법 전문가다운-??- 꼼꼼한 퀼팅을 고칠 수가 없어서 시간을 단축할 수가 없다는... ^^;;
가을이면 울엄니표 도토리 묵이 꼭 배달됩니다.
총각김치랑 배추김치랑 동치미랑 곰국이랑 함께 택배상자에서 나온 도토리 묵으로 그야말로 묵사발을 만들었습니다. 신김치 얹는 것은 어릴 때 먹던, 고향의 울엄니표 버젼은 아니지만 순전히 포즈용 고명입니다.
저기에 금방 지은 햅쌀밥 한 숫갈 말아 먹으면... 몸이, 혹은 내 마음 어디 저 밑바닥 쯤에서 감동과 감사의 물결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저녁 때 울엄니 전화 왔길레, 총각김치 너무 맛있어서 친구들이랑 한 끼에 반 쯤을 다 아작냈다고 울엄니한테 일러바쳤더니-??~-
많이 먹으라고 햐~~ . 또 담어서 보내믄 되지~~ ^0^
드디어 장만한 로터링 칼이랑 매트... 흠... 이러다 본업 접고 바느질이 본업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 좋은 장비는 좋은 작품의 필수... 이야~~
다시 배달된 천들과 책들... 인형 옷 만드는 것이랑 봉제 인형 자수 책도 포함되어 있다. 사고 싶은 책은 아직도 많고, 그걸 다아 사면 뭔가 작품이 나올라나?? 책많이 산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더만......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서 어딘가 늙을 새도-??-없을 거 같은 분주함...
지금 시작해서 혹 칠십 쯤 되면 퀼트 명인이 되어 있을 지도... 하하.
내 오른 손 손금에는 검지 쪽으로 가는 희망선이 주욱!!1 바늘끝처럼 그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날카로워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 희망선이 있는한 나는 그렇게 끊임없이 꿈을 꾸면서 살게 되겠지요. 아니 꿈꾸는 한은 그 희망선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게 먼저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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