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날씨는 맑은 날...

오애도 2008. 10. 25. 01:43

곤두박질 치는 주가와 더불어 사회에 전반적으로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상황에 비해 날은 지나치게 대조적으로 맑았다. 공기는 투명했고, 햇살은 빛났으며 기온은 낮동안은 제법 청량할 정도였다.

삶이나 사회의 사이클이 늘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을테니까 오르막과 내리막의 굴곡에서 우리는 어쩌면 지금이 급경사의 내리막을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요새 가르치는 단원이 바로 대공황에 관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이라고 불리는 대공황 상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파시즘이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사상이 등장했고 그것이 바로 세계2차대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을 얘기해주면서 잠깐 혼자서 역사는 순환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인류가 스스로 발전과 진보하는 선상에 늘 놓여있다고 믿는다면 과거로부터의 교훈이나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분명 뼈다귀라도 추려내 적어도 과거와 똑같은 실패를 겪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글쎄...

 

누가 뭐라든 세상은 너무 많은 것이 변했고, 그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위험성 또한 비례하는 것일 게다. 새로운 편리함과 미덕은 분명 또다른 불편함과 악덕을 야기하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전세계가 정말 공도동망의 길을 걷게 되는가고 알라들이 묻는다.

글쎄다.... 그걸 내가 우찌 알겠냐.이데올로기 같은 허상의 껍데기 때문에 수백만의 목숨을 잃게 하는 것도 인간이고,  자연적이라는 인간의 수명을 거의 배 가까이 늘여 놓은 것도 인간인데 어느 것이 미덕이고 어느 것이 악덕인지 모르겠구나....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잖아요~~

하하.  모든 것을 다 아는 바보라는 말도 있단다.  그러나 적어도 나 살아 있는 동안 지구가 공중분해 되거나 니 말대로 국민 모두가 길거리로 나 앉을 거 같진 않구나. 내가 복많은 인간이거든. 흐흐흐 

다만 펀드에 들어논 내 돈 백만원이 20만원이 됐으니까 아깝긴 하다만 난 혼자 사니까 그 돈 없어도 별 문제 없는데 혹 엄마 아빠 그런 거에 투자했으믄 과외비 못낼만큼 가난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나 나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지. 결국 국가 경제가 위태로워�다는 것은 바로 '나'에게도 영향이 온다는 것이제.

돈을 찍어내믄 안될까요?

-역쉬 초등학생다운 발상이다-  찍어내믄 그건 이미 돈이 아니라 휴지가 되는 거지. 돈이 흔해졌다는 것은 물가가 엄청 비싸다는 것인데 아프리카 어느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왕창 돈을 찍어내서리 껌 한통 사려면 봉다리 하나 가득 돈을 들고 간단다. 뭐 여하간 그렇다고 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금은 없으니까 비싼 과외비 내고 딴짓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그라.

 

선생은 늘 선생같은 소리만 할 수 밖에 없다. ^^

 

산엘 갔었다.

우중충했던 엊그제에 비하면 모처럼 가시거리가 확 길어졌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 보니 말끔하게 서울이 내려다 보였다. 구름이 떠돌긴 햇지만 분명 어떤 일이든 저렇게 맑은 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이 제법 불어 쌀쌀하기까지 했지만 청량감 최고...

 

 

 

아직 퍼러둥둥한 나무들 사이에서 불붙은 듯 빨간 단풍 든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거 외엔 아직 단풍은 요원...

 

 

우리들이 올라가는 청계골 쪽은 늘 고즈넉하고 한가롭다. 중간 쯤에서 원터골 입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순간부터 이건 거의 도떼기 시장 수준이다. 오늘따라 유달리 사람들이 많아서 이건 산행이 아니라 줄서서 보행연습 하는 것 같다.

으아아아!!! 정말 스트레스 만빵이다.

어쨌거나 청계골 입구 쯤에 설치에 놓은 휴게장소가 늘 불가사의하다. 올라가기 전에 쉬라는 것일까? 내려오면서 쉬라는 것일까?

늘 비어있는 곳에 오늘은 잠깐 앉아서 포도 몇 알을 먹기도 했다. 다음 주엔 동행이 사정이 생겨서 혼자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가한 날 주 중에 바느질거리랑 퀼트 책이랑 싸들고 가서 몇시간 쯤 앉아 있다가 와야겠는 걸... 하고 생각했다.   저렇게 늘 비어 있는데다 테이블도 넓고... 좋다. 뜨거운 물 한 통 담아가고, 김영모 빵집 샌드위치라도 한 팩 사고 말이다. 추울지도 모르니까 무릎담요 한장 갖고 가야겠지. 

 

 

 

 

 

 

어제 도착한 책에 나온 퀼트 작품들...

만드는 것에 한 발 물러나 물리지도 않게 책만 줄창 들여다 본다. 그리하여 비로소 눈이 떠지고 손이 섬세해지고 함부로 아무거나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람을 놀래키는 패턴의 변형...

엊그제 꼼장어 집에서 소주 마시는데 들고 나갔다. 퀼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친구도 감탄해 마지 않았던 놀라운 작품...-첫 페이지 열어 단번에 척!! 보고 변형된 걸 알아보다니.... 명민한 친구다-

이건 헥사곤-육각형? 이겠지.  펜타곤이 오각형, 옥타곤은 팔각형인 걸 보면... -패턴을 약간 비틀어 놓은 것이다. 각 귀가 맞아 떨어지는 게 패치의 미덕인데 세상에나... 그 외에도 약간 틀어놓은 로그캐빈이나 플라워 패턴도 있는데 생각이 자유롭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건 캔들 위크라는 특수 실로 수를 놓고 어느 부분을 자르고 바늘로 보풀보풀해서 표현했는데 그 과정 그림이 귀여워서 보면서 시일 웃었다.

                      

 

 

오른 쪽 파우치의 강아지와 고양이 아플리케... 실제 선명하게 보면 저 고양이가 놀라서 털이 좌악 서있다.

이처럼 어떤 유머는 누구냐에 따라 짙은 품위를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편집적으로 사들인 퀼트 책... 대부분 인터넷에서 샀는데 엊그제 동대문 시장에 갔다가 봉제 인형 책 한 권을 더 샀다.인터넷에서 다 팔렸길레 얼른 사왔더니 이런!! 내가 사려던 게 아니다.

어느 것을 봐도 힘이 들긴 하겠지만 스윽 만들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걸 보면서 나는 한참 전에 배워놓은 어설픈 일본어에 무한히 감사하는 중이다. 역시 배운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어릴 때는 -스물 언저리였을 것이다. - 광화문에 있는 일본책 서점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일본판 영화잡지에 빠져 있었는데 그 때도 다분히 편집적이었다. 지금 물론 영화잡지 읽어가며 배워놓은 지식이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가는 모르겠는데 그 때는 그게 또 삶의 기쁨이기도 했다. 지금 내게 충만한 기쁨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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