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의 계절이다.
지난 번에 사놓은 묵은 쌀은 놔두고 미친 척하고 햅쌀 한 봉지를 사다가 잡곡도 안 넣고 흰 쌀밥으로 먹기 며칠 째이다. 탱글탱글한 질감과 투명한 쌀알로 이루어진 찰진 밥을 먹을 때 느끼는 것은 때때로 어떤 원초적인 욕망의 충족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어 적나라한 행복이다.
밥이 최고로 맛있다. 소박하지만 깊이 있고, 튀지 않지만 뭉근히 매력적이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되고 네모진 그릇에 담으면 네모진 모양이 되는 물처럼 그렇게 어떤 것에서도 자신을 주장하지 않지만 스스로품위 있어 아름답다.
저 빛나는 쌀알. 가히 에로티시즘이다.
이건 보우너스... ^0^ 흰쌀밥과 너무나 잘 어우리는 안동 간고등어구이... 이야~~
언제 만들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주말 동안 틈틈히 힘 안주고 하나씩 만들었다.
크리스마스는 멀었지만 어떠랴. 완성했을 때의 충만감이 바로 무언가를 만들 때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결국 퀼트 작업장이 된 내 책상... 혹여 돈 많이 벌어 집 짓게 되면 두 칸짜리 방 들이는 것에서 한 칸 더 늘였다. 바느질용 작업실을 만드는 것.
아직은 바람이 좋아 창문 열어놓고 음악 들으며 바느질을 하고 있자면 더 이상 내게 바랄 게 무에 있으랴... 할 만큼 충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심만 버리면 내가 있는 곳이 곧 천국이다.
내 아름다운-?????-방이다.
조각조각 자투리 천 정리를 하려고 뒤집었다가 난감해졌다.
사소한 것만 유난히 아까워 하는 오애도. 저렇게 코딱찌만한 천도 못버리고 쟁여두었더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햐할 지 난감할 지경이다.
퀼트의 미덕답게 조각천 모아 뭔가 대작을 한 번 만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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