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휴가다!!!

오애도 2008. 7. 29. 11:30

어제 아침 고 3 수업을 끝으로 휴가가 시작됐다. 허구헌날 놀면서 휴가타령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사흘 이상 주욱 노는 날이면 팩으로 포장된 맛있는 과자 나란히 들어 있는 거 마냥 제법 기대되고 설렌다. 사실 과자 따위는 좋아하지 않지만서도 말이다. 어릴 때 그렇게 남아 있는 과자 생각을 해 보면 그렇다. 열 개 중에 하나 먹으면 흠... 아홉개나 있는걸. 일곱개 남으면 럭키 세븐이야. 다섯 개 남으면 단위가 딱 떨어져서 좋아!! 뭐 이런 식으로 열 개를 먹어 치웠었다. 어쨌든 어제를 휴가로 치면 한 개를 먹어치운 거고 어제 일했으니까 오늘 부터 치면 한 개를 뜯어 막 입에 넣은 것과 같다. 근데 사실 평상시에도 월 화요일은 수업 하나 있고 수요일 저녁까지 쭈욱 쉰다. 하여 다음주까지 치면 근 열흘이다.

하여 어제는 입 아픈 거 핑계로 운동도 안 가고 빈둥대다가 머리 파마하고 왔다. 짧고 스트레이트인 머리가 트렌드인 모양인데 나야 워낙 짧은 머리 하는 걸 즐기는데다 미용실 언니가 더 짧게 해주겠다길레 그러마고 했더니 제법 보이쉬한 숏이 되 버렸다. 그렇긴 하지만 힘없는 머리카락 덕분에 힘주어 컬을 넣었지만 조만간 다아 풀려서 요즘 유행인 숏 스트레이트 될 게 뻔하다. 미장원 언니 말로는 드라마에 나오는 장미희 머리 정도의 숏이라는데 물론 장미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굳이 규정을 하자면 장미희의 숏헤어에다 최강희의 컬이라는... 하하.

 하지만 사실 이  머리모양은 유행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원래 하던 스타일인데 이상하게 나란 인간은 괜히 유행이라면 졸지에 줏대없고 몰개성화 되는 것 같아서  하기가 싫어지는데 꼭 늙은 양배추 인형같다. ㅋㅋ. 사실 양배추 인형은 귀엽기나 하지, 거기에 '늙은' 이라는 관형어가 붙으면 제법 엽기적이라는 얘기다.

머리도 짧아지고 제법 얼굴도 홀쭉해지고 해서리 사놓고 한 번도 안 해 본 스발노므스키 사과 귀걸이 하고 시장엘 가기도 했다. 불빛아래서 그건 얼마나 반짝이는지 시선 쫘악 끌었다는....

그런데 미장원 거울이라는 것은 너무 적나라해서 왠지 정면으로 보기가 꺼려지는데 어느 땐 웬 중년의 여인네가 보자길 뒤집어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

 

내일은 바닷가로 그야말로 피서를 떠난다. -사실 집에 있으면 하나도 더운 줄 모른다. 집이 워낙 시원한데다 선풍기 틀어놓고 있으면 제법 썰렁할 지경으로... -

흠... 시원한 집 놔두고 피서-더위를 피하다-가서 더 더워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바닷가에 텐트치고 놀고 먹는 일에 사흘을 보내고 오는데 나일 먹은 게 틀림없는 것이 별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하긴 나란 인간이 어디 놀러간다고 미리 흥분하고 좋아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어떤 일이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무런 기대 없이 갔다가 즐거웠던 경우가 더 많다. 이건 내 오랜 징크스이다.

어쨌거나 이것저것 반찬도 만들고, 찌개거리도 준비하고 밤새 술추렴을 하고 다음 날 해장을 위해 북어도 준비해 놨다. 하하. 중간에 비나 안 오면 좋으련만... 작년엔  새벽에 비 쏟아져서 텐트밖에 펼쳐 놨던거 거둬 들이느라 고생을 했었다.

 

돌아오면 어린 조카들이 올 것인데, 그러면 안되지만 이건 마음 설레며 기다려진다.

올케 언니와 통화하면서 내가 이뻐하는 막내 조카를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데려와 여기서 공부를 시키면 어떨까 하고 얘기가 오갔었다. 뭐 더 어렸을 때부터 종종 내가 말을 꺼내긴 했었는데 구체적으로 생각 중인 모양이다. 나는, 어릴 때 공부하라고 외국에도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엎어지면 코닿는 서울하고 청주인데 뭐가 문제냐 했었다. 그리고는 미장원에서 머리 하는 동안 갑자기 의욕이 불끈불끈 솟아서 벌써 머릿 속에서 왼갖 계획이 스쳐갔다. 내가 데불고 있으면서 학원 같은데 안 보내고 내가 데리고 공부하고 놀고, 책 읽고, 운동도 하고, 아침마다 머리 예쁘게 묶어 학교 보낼 생각만 해도 즐겁다. 누가 보면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흥흥거리겠지만 내가 안 해 본 게 어디 있겠는가. 남의 자식도 했는데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지나치게 몰입해서 원하는대로 다 해주다가 애를 망치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사실 그 녀석이 갖고 싶어하는 닌텐도인지 뭔지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참고 있다.

어쨌거나 직감 80퍼센트가 맞는 내 영발로는 분명 심상찮은 명민함을 갖고 있는 녀석임에 틀림없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말이 요즘 교육 환경에 의해 생겨난 신 격언이라면 내가 '큰 물' 노릇을 하고 싶다. 만약 지난 번 영발 좋은 그녀가 말한 게 맞는다면-어떤 씨앗을 뿌려도 훌륭한 결실을 맺는다는- 이건 정말 운명같은 게 아닐까? ^^;;

그러나 사실 뭐니뭐니 해도 선택은 이제 여섯 살인 우리 조카 녀석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난 믿는다. 분명 그 아이는 운명처럼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아니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어쨌거나 그것은 그 아이와 나와의 인연의 크기와 길이만큼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다. 어떤 방향이든 나는 좋다!!!

 

거짓말처럼 햇빛 반짝!!! 났다. 묵은 빨래나 해야지. 어젯밤 초저녁부터 자서 아침 아홉시 넘어까지 푸욱 잤다. 꿈에서 또 다른 조카를 죽이려고 쫓아다녔는데 -사실 끔찍한 얘기지만 잔인하게 죽였다- 물론 좋은 꿈이리고 믿는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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