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흠...

오애도 2007. 12. 24. 11:17

지난 금요일 진짜 점을 뽑았습니다. 마취연고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상상을 해대며 공포에 떨었는데 역시나 생살 태우는데 무사할 리가 없지요. ㅋㅋ. 뽑고 나서 오른 쪽 눈밑에는 제법 넓직한 것이 있었는데 꼭 마른 시멘트 바닥에 스친 것처럼 아픈데다 피도 질질 나고 진물도 질질 났습니다.

지금 거의 곰보처럼 온 얼굴에 살색테이프 붙이고 있는게 가관입니다. 이 얼굴을 해 갖고 어제는 다른 동네로 수업을 하러 갔었고-할 생각 없다가 느닷없이 잡혔다- 종일 아이들한테 흉한 얼굴로 킬킬대며 떠들었습니다.

워낙 지저분하게 잡티가 많은 얼굴인지라 대충 한 번 해 갖고는 백설공주는 어림없고 앞으로 서너번은 제법 박피를 해야 백설공주가 될듯... 하하하.  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듣는 소리가 Ilp인가 뭣인가를 하지 그랬냐는데 호기심 많은 오애도 열심히 검색해봤습니다. 링크된 사이트 들어가 기웃거리며 느끼는 것이 요즘은 정말 만들어지는 미인시대라는 것입니다.  얼굴박피에다 지방분해에다 주름펴기 보톡스등등... 대체 자연적으로 생긴 자연스러움 따위는 어디 있을까요?

나야 서른넘어 간신히 파우더 바르는 정도로 그것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게 화장의 전부였고, 지금도 세수하고 얼굴에 스킨로션 바르는 일도 깜박 잊을 정도로 무심한 인간이었던 터라 아직도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하게 싫어하는 자외선에 당당히 맞서 살고 있었습니다. 햇빛으로 얻어지는 영양가도 있을겨~~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햇빛 뜨거운 곳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이나 이런 거 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어서리...

오히려 살기좋고 피부백옥같이 흰, 일조량 현저하게 떨어지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사는 사람들의 우울증과 자살율 높은 건 들어봤지요.

나야 뭐 비싼 돈 처들여 피부 백옥 만들었다 해도 분명 선블럭크림도 안 바른채로 햇빛 속에서 유쾌하게 룰룰랄라 살겠습니다. 하이고 열심히 즐겁게 살믄 그만이지 햇빛 가리고 숨느라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시간 속에 나이 먹고 살다가 죽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생살을 불로 지져냈으니 당연히 쓰리고 아픈데 그래도 짜잔!!! 하고 다 아물면 뭔가 변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제법 된다는... ㅋㅋ

약발이라는 게 전혀 약을 쓰지 않다가 쓰면 효과 만빵이듯 말입니다. 하하하.

이러다 재미 붙여서 아이 이 엘피가 뭣인가도 하고 정말 보기싫은 이마 주름에 -이건 내가 봐도 싫다!!-보톡스도 한 방 맞고, 온 몸 지방제거 수술도 하고, 눈도 째고, 코도 높이고, 턱도 깎고 입술도 부풀리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아니면 아예 페이스 오프를?? -돈이 많이 들겠지요? 오늘날 미인도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 겝니다.

어쨌거나 좋은 세상입니다. 얼굴 뜯어고치는 일에 제법 광풍이 불고 있는 듯...

하여 믿지 말지어다. 보여지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얼굴에 점하나 뺀 거 가지고 호들갑을 떨어대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가서 누워보는 일이 처음이었던 터라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

사람들은 스스로도 부정적인 부분만 보면 그게 한없이 거슬리는데 사실 나는 얼굴에 가득 잡티가 있건 말건 콩알만한 점이 있건 말건 신경 안쓰고 살았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쟤는 얼굴에 잡티가 많군, 이라던가, 얼굴에 콩알만한 점이 있어서 이상하잖아... 하는 생각을 하고 나를 왕따를 시켰거나 경원을 당했다고는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 오래된 믿음인데 어떤 아름답고 예쁜 얼굴보다 더 호감가는 얼굴이라는 것은 바로 생기있는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그 생기라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한 자세에서 나오는 것일테고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은 결국 오랜 삶에 대한 자세가 묵어져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여하간 누가 뭐라든 나는 지금의 내 얼굴이 맘에 듭니다. 나이 먹어가며 제법 세상의 기품이-??-얼굴에 배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선생님 수술하시려면 돈 많이 버셔야겠어요~~ 농담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점도 빼고 살도 빼서 경국지색이 되믄 시집을 갈수 있으려나~~ ㅋㅋ. -옛날에 헬스장에서 어떤 아줌씨가 나보고 살만 빼면 양귀비 될것이라고 했다.양귀비!!! 쿨럭!!! ^^;;-

 

 

사족:: 가방은 다아 만들었습니다. 만들 땐 무쟈게 이쁠 것 같았는데 가방끈 달고 보니 갑자기 품위가 확!!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생뚱맞은 빨간색 손잡이라니... 사진보다 훨 경망스러운 빨간색입니다. ㅠㅠ

 

                     

 

 

 

사흘 내리 먹었던 크림소스 스파게티... 저걸 한 끼 먹고 나면 종일 밥 생각이 없어집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어쩐 일인지 전혀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올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해피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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