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을 끓였습니다.
새로 사온 햅쌀의 뜨물을 받고 멸치가루를 듬뿍 넣고 시골서 가져온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아욱을 다듬어 바락바락 치대어 씻은 후에 펄펄 끓는 장국에 집어 넣었습니다.
마늘과 파를 넣고 한 소큼 더 끓인 다음 금방 지은 따뜻하고 포실포실한 밥을 말아 잘 익은 배추 김치와 먹었습니다.
참 맛있었습니다. -초등생 일기 문구 같군...ㅋㅋ-
가을 아욱국은 사위가 와도 안 주고 문고리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지요.
그렇게 점심밥 먹고 출근하는 낮의 햇살이 눈부셨습니다. 사 년 전 쯤 여행중에 산온 바바리-버버리 아니고-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씩씩하게 출근하고 일을 하고 왔습니다.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주방엔 잘 끓인 홍합 미역국도 있고 맛있는 아욱국도 있습니다.
그리고 탐스런 사과도 몇 알 있고 농익은 홍시도 몇 알 있습니다.
이 밤... 어제 지은 꼬돌하고 찰진 햅쌀밥을 베란다로 옮기면서 불가해한 내삶의 질문을 떠올립니다.
내 삶은 행복한 걸까?
몇가지만 빼고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고, 한없이 날 재밌어 하는 아이들도 이쁘고, 저녁이면 만나자하는 오래되고 마음 통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행복하겠지요??
엊저녁에 지난 해 이맘 때쯤 봤던 점괘를 적은 종이를 봤었습니다 .
꼼꼼 살펴보니
마흔 다섯 살쯤 인생 업그레이드에다 자식은 없고-글이 자식이라더군요- 미혼녀, 이혼녀 독신녀 셋중에 하난데 그 중에 독신녀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이 혼자서도 쓸쓸하지 않다!!!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ㅋㅋ.
뭐 그게 맞는 말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꼼꼼하게 살펴보니 누가 뭐라든 나는 무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맛있는 아욱국을 끓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과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 수 있단 것만으로도 말입니다. ^^;;
오늘은 일찍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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