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에고, 머리야!!

오애도 2004. 12. 8. 00:07

버스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쾅!!!! 하고 머리를 하차하는 손잡이에 부딪쳤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아파서 눈썹 난 앞쪽 뼈가 부서진 줄 알았다.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줄줄 흘렀다.  감싸쥐고 참으려 해도 눈물은 저절로 흘렀다.

만약 그렇게 부딪치지 않았다면 아마 머리를 거꾸로 한 채 하차용 계단에 처박혔을 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나처럼 힘 빼고 있다가 앞 좌석에 코를 부딪친 건너편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 아이 울음은 정말 순수하게 물리적인 고통 때문이라는 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울음은 누가 뭐라든 속일 수 없는 선명한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지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 아이 울음 소리가 내 속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소리내어 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다섯 살 쯤이었다면 저 애처럼 소리치며 울었겠지......

나는 그럴 수 없어서 그저 이마만 감싸쥐고 앉았다 일어섰다 좌우로 머리만 흔들어 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래서 쓸쓸하다.

함부로 아무데서나 아무리 아파도 소리내어 엉엉 울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소리쳐 울었다면 덜 아팠을까??......

 

정말 무지무지 아팠었다.  

 

살면서 정말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쳐야 하는데-물론 단지 물리적인 고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혼자서 씩씩한 척하며 살다 보면 그렇게 소리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것을 사람들은 강인해서 혹은 튼튼해서 그리고 정말 씩씩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렇게 아프다고 혹은 힘들다고 소리치는 걸 잘 못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참는데 익숙해져 있거나 아니면 그저 참을 수 밖에 방법이 없는 삶을 살아온 탓에 나 아프다고 소리치며 우는데 인색할 뿐이다.

 

어쨋거나 눈 윗부분에 밤톨만한 혹이 솟았다.

그리고 저녁 내 욱신거리며 아팠다.

뭐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 밤새 아프면 내일 병원에 가 볼 생각이다.

 

학원 가서 알라들한테 웃으며 얘기 했더니 녀석들 왈,

큰일 날뻔 했네요~~~ 차 손잡이는  정말 괜찮아요??

고연 눔들 같으니라고...

 

그러나 고백하자면 아직도 꽤 아프다.

설마 뼈가 금이 간 것은 아니겠지...

모르겠다.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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