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너도 자식이고, 걔도 자식인걸...

오애도 2001. 11. 22. 08:09
언젠가도 얘기 했듯이 내게는 말썽꾸러기 막내 동생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스스로 혹은 우리 가정적으로는 그야말로 물의를 빚는 인물입니다.
한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맨날 터지는 게 사고라 궁여지책으로 내 옆에다 데려다 놨는데
이눔아가 몇달 째 소식도 끊고 있습니다.
병든 울 아부지는, 늘 숨차 허덕이며 전화하실 때마다 걱정이고, 나는 그럴 때마다
그런 인간은 어디가서 뒈지든 말든 내버려 두라고 고약한 소리를 합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녀석도 어지간히 운이 없는 녀석인지도 모릅니다.
밀가루 장사하면 바람 불고 소금장사 하면 비 오듯 지지리 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운이라는 게 협조를 안 하기는 해도 어쩌면 거기엔 스스로의
불성실이나 게으름 따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동생이라고 해서 아니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성질 더러운 나는 요즘 들어 부쩍 집으로 전화할 때마다 엄마한테 그 놈아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일삼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서 뭐 하는 거냐.
기본이 안 되 있다. 등등...
어제 시골 내려 오기전에 역시 같은 요지의 비난을 죄없는 울 엄마한테 거품을 물면서 떠들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이전엔, 그러게 말이다 하셨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섯 마디 쯤 했을 때 말씀 하시더군요.
"나는 너한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너도 자식이고 걔도 자식이니까..."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런 목소리는 사실 자주 듣는 톤은 아닙니다.
심각하고 진지할 때 그 낮은 목소리는 훨씬 힘있는 울림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엇인가 마음 속에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엇이 그런 소리를 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엄마 스스로에 대한 한없는 자책과 슬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씀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나와, 다섯이나 자식을 둔 엄마 사이에는 분명 어둡고 깊은 심연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결코 들여다 볼 수도없고, 들여다 봐지지도 않을 심연 말입니다.
가끔 나는 심정적으로 나만 자식인 체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울엄마, 모양도 색깔도 다르지만 다섯 모두에게 모두 똑같은 무게의 사랑을 가진 어머니임을 난 몰랐던 것입니다.
아니 더 아픈 손가락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내가 결혼해 다섯 쯤 아일 나아보면 이해할 수 있을런지...
시골 내려오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울리던 소리...
"나는 뭐라고 할 수가 없구나. 왜? 너도 자식이고 걔도 자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