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울엄마는 먼 곳으로 장사를 하러 다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며칠 씩 집을 비우던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와 생활을 했었지요.
나랑 일곱 살 차이나는 막내가 태어나기 전인 걸 보면 내 나이는 여섯 살 전이었을 것입니다.
두 살 어린 동생이 막내였었고, 엄마가 없는 밤을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누워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만 발치 쪽에 누워서 잠을 잤던 기억이 선명합니다.-울 할머니는, 당신은 밑으로 아들 둘을 겨우 두셨는데 그 아들들에서 나 이전까지 손자를 다섯이나 보셨으면서도 내가 태어났을 때 지지배라고 서운하고 섭섭해 하셔서, 지금도 울엄마 가끔 말씀하십니다. 역시 여자의 한-??-은 무서버-
어쨋거나 그렇게 누워 잠을 자는데 저녁 때 쯤 되면 오빠들을 비롯한 남자 아이 셋은 훌쩍거리며 울었습니다. 엄마 생각이 나서였겠지요. 그럼 할머니께서는 조마귀 얘기-옛날에 조마귀가 살았는데 자기 엄마를 죽여서 어쩌구 하는 지금 생각하니 끔찍한 내용-의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쨋거나 모두 그렇게 훌쩍거리고 우는데 나는 발치에 누워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지지배가 하는 것은 학교에서 일등을 해도 지지배는 일등해도 소용없다고 야박한 말씀을 하시던 울 할머니 나보고 독한년이라고 흉보는 소릴 들었습니다.
여하간 그때부터 나는 정말 독한 년인가 하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울지 않는 것이 독하다는 것이라면 나는 독한 인간인 것이 확실합니다. 혼자 살면서 그것도 열 네 살에 집 떠나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도 나는 훌쩍거리며 운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걸 아시는지 울엄마 나보고 역시 독하다고 하셨습니다. 독하니께 그러구 살았지...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어쩌구 하는 식으로 의지가 강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운다는 것에는 대단히 미숙했던 것이지요.
사람이 울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우선 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최루성 영화나 드라마나 이야기 듣고 우는 것은 빼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내가 울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자기 연민이 별로 없어서 일 것입니다.
가끔 울어야지 혹은 울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되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세상이 막막해 보일 때 말입니다.
사는 게 정말 왜 이래 하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서서히 울 태세가 갖추어집니다. 그런데 막상 울려고 눈물이 찔끔거리며 나오다가 혹은 울음 직전까지 갔다가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나는 뭐가 모자라는가... 혹은 정말 불행한가...
벌써 이렇게 되면 울고 싶은 마음은 이미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앉아서 방안을 둘러보면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부모형제 다 있지, 그렇다고 바보두 아니지, 파렴치한 영혼을 가진 것도 아니지, 밥을 굶는 것도 아니지, 따뜻한 방도 있지, 텔레비젼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책, 책상, 컴퓨터, 열 켤레도 넘는 구두 운동화 슬리퍼, 남 부러울 것 없이-?-있는 스웨터, 코트, 잠바, 잘은 못하지만 영어도 읽을 줄 알지, 일본어도 읽을 줄 알고, 마음만 먹으면 배워서 다 잘 할 수 있을 만큼 머리도 좋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도 있고, 부족할 것 없는 생활용품, 남한테 혐오감 줄만큼 이상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알콜 중독자도 아니고, 감당 하기 어렵게 딸린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때려치고 한달 쯤 빈둥거려도 굶어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정 급하면 파출부라도 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열린 마음이지...대체 뭐가 문젠가...
참... 스스로 불쌍해서 운다는 게 같잖아지고 맙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서러워서 우는 일이 그야말로 우스워지고 맙니다.
그런 이유로 혼자 살면서 스스로에 대한 불행이나 연민, 혹은 화가 난다고 해서 울어본 기억은 거짓말 안보태고 세 번도 안 될 것입니다. -작년 이맘 때 집 문제로 머리칼 빠지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정말 열 받아서 눈물이 솟더만요.-
정말 나는 피도 눈물도 없을 만큼 독한 걸까요?
나는 울지 않습니다. 아니 울지 못합니다. 근원적으로 나는 불행하거나 슬프거나 하는 것에는 둔감한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말 견딜 수 없이 불행하거나 슬픈 일은 겪어보지 못한 행복한 삶을 산 것일지도 모르구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살면서 별로 누군가를 원망해 본 적도 없습니다.
가끔 울 아부지와 싸울 때, 아부진 분명 저것이 저 사는 거 고달프게 만든게 아버지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고약하게 구는거야 하고 양심에 찔려 하시지만 천만에 저는 그런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습니다. 차라리 팔자 탓을 하면 했지 말입니다.
아픈 것이든 슬픈 것이든 아니면 참을 수 없이 힘든 것이든 그것은 바로 내 몫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끌어안고 살아야지요. 투덜대고 울어봤자입니다.
사족: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울고 싶어집니다.
친구 어머니가 당신의 죽은 며느리 불쌍하다는 말하면서 울 때, 따라 웁니다.
그리고 가끔 황진이 노래 들으면서 눈물 흘립니다.
이유없이 살아 있는 게 고마워서 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울 아부지하고 싸우고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웁니다.
사족: 사족: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심심하다는 걸 잘 못 느낍니다.
살면서 심심해라는 말을 별로-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형??
그러니 혼자 사는게 즐거울 수 밖에요.
나랑 일곱 살 차이나는 막내가 태어나기 전인 걸 보면 내 나이는 여섯 살 전이었을 것입니다.
두 살 어린 동생이 막내였었고, 엄마가 없는 밤을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누워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만 발치 쪽에 누워서 잠을 잤던 기억이 선명합니다.-울 할머니는, 당신은 밑으로 아들 둘을 겨우 두셨는데 그 아들들에서 나 이전까지 손자를 다섯이나 보셨으면서도 내가 태어났을 때 지지배라고 서운하고 섭섭해 하셔서, 지금도 울엄마 가끔 말씀하십니다. 역시 여자의 한-??-은 무서버-
어쨋거나 그렇게 누워 잠을 자는데 저녁 때 쯤 되면 오빠들을 비롯한 남자 아이 셋은 훌쩍거리며 울었습니다. 엄마 생각이 나서였겠지요. 그럼 할머니께서는 조마귀 얘기-옛날에 조마귀가 살았는데 자기 엄마를 죽여서 어쩌구 하는 지금 생각하니 끔찍한 내용-의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쨋거나 모두 그렇게 훌쩍거리고 우는데 나는 발치에 누워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지지배가 하는 것은 학교에서 일등을 해도 지지배는 일등해도 소용없다고 야박한 말씀을 하시던 울 할머니 나보고 독한년이라고 흉보는 소릴 들었습니다.
여하간 그때부터 나는 정말 독한 년인가 하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울지 않는 것이 독하다는 것이라면 나는 독한 인간인 것이 확실합니다. 혼자 살면서 그것도 열 네 살에 집 떠나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도 나는 훌쩍거리며 운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걸 아시는지 울엄마 나보고 역시 독하다고 하셨습니다. 독하니께 그러구 살았지...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어쩌구 하는 식으로 의지가 강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운다는 것에는 대단히 미숙했던 것이지요.
사람이 울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우선 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최루성 영화나 드라마나 이야기 듣고 우는 것은 빼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내가 울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자기 연민이 별로 없어서 일 것입니다.
가끔 울어야지 혹은 울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되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세상이 막막해 보일 때 말입니다.
사는 게 정말 왜 이래 하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서서히 울 태세가 갖추어집니다. 그런데 막상 울려고 눈물이 찔끔거리며 나오다가 혹은 울음 직전까지 갔다가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나는 뭐가 모자라는가... 혹은 정말 불행한가...
벌써 이렇게 되면 울고 싶은 마음은 이미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앉아서 방안을 둘러보면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지육신 멀쩡하지. 부모형제 다 있지, 그렇다고 바보두 아니지, 파렴치한 영혼을 가진 것도 아니지, 밥을 굶는 것도 아니지, 따뜻한 방도 있지, 텔레비젼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책, 책상, 컴퓨터, 열 켤레도 넘는 구두 운동화 슬리퍼, 남 부러울 것 없이-?-있는 스웨터, 코트, 잠바, 잘은 못하지만 영어도 읽을 줄 알지, 일본어도 읽을 줄 알고, 마음만 먹으면 배워서 다 잘 할 수 있을 만큼 머리도 좋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도 있고, 부족할 것 없는 생활용품, 남한테 혐오감 줄만큼 이상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알콜 중독자도 아니고, 감당 하기 어렵게 딸린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때려치고 한달 쯤 빈둥거려도 굶어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정 급하면 파출부라도 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열린 마음이지...대체 뭐가 문젠가...
참... 스스로 불쌍해서 운다는 게 같잖아지고 맙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서러워서 우는 일이 그야말로 우스워지고 맙니다.
그런 이유로 혼자 살면서 스스로에 대한 불행이나 연민, 혹은 화가 난다고 해서 울어본 기억은 거짓말 안보태고 세 번도 안 될 것입니다. -작년 이맘 때 집 문제로 머리칼 빠지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정말 열 받아서 눈물이 솟더만요.-
정말 나는 피도 눈물도 없을 만큼 독한 걸까요?
나는 울지 않습니다. 아니 울지 못합니다. 근원적으로 나는 불행하거나 슬프거나 하는 것에는 둔감한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말 견딜 수 없이 불행하거나 슬픈 일은 겪어보지 못한 행복한 삶을 산 것일지도 모르구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살면서 별로 누군가를 원망해 본 적도 없습니다.
가끔 울 아부지와 싸울 때, 아부진 분명 저것이 저 사는 거 고달프게 만든게 아버지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고약하게 구는거야 하고 양심에 찔려 하시지만 천만에 저는 그런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습니다. 차라리 팔자 탓을 하면 했지 말입니다.
아픈 것이든 슬픈 것이든 아니면 참을 수 없이 힘든 것이든 그것은 바로 내 몫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끌어안고 살아야지요. 투덜대고 울어봤자입니다.
사족: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울고 싶어집니다.
친구 어머니가 당신의 죽은 며느리 불쌍하다는 말하면서 울 때, 따라 웁니다.
그리고 가끔 황진이 노래 들으면서 눈물 흘립니다.
이유없이 살아 있는 게 고마워서 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울 아부지하고 싸우고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웁니다.
사족: 사족: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심심하다는 걸 잘 못 느낍니다.
살면서 심심해라는 말을 별로-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형??
그러니 혼자 사는게 즐거울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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