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장엘 가야겠다.
거실의 전구가 두 개쯤 나갔다. 전구 사다놓으믄 힘 좋은 친구가 갈아주겠다고 했지만 그까이꺼 나 혼자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할 수 있는데 못하거나 약한 척을 못하는 게 나같이 힘좋은-??-싱글의 약점이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혼자 사는데 씩씩한 인간의 특징이 뭐든 뚝딱뚝딱 스스로 해 치우는데 유능한 치명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그딴 거에 비슬비슬 나약해서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어. 힘 좋은 남자가 필요해. 전구도 쓱싹 갈아주고 못도 쾅쾅 박아주는 남정네가 말이야... 어쩌구 하면서 얼른 시집 가야겟다는 생각이 들면 작히나 좋을까만은 그런거 씩씩하게 갈아치우고는 오히려 나 혼자도 잘 해.. 어쩌구 잘난척이나 하고 있으니 뭐 남자의 물리적인 힘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어쨌든 어느 사이트의 싱글게시판을 읽다가 그런 글이 보였다.
결혼한 여자들은 자신들이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안 한 여자를 어딘가 모자라고 결핍된 인간으로 보는데 그것도 친한 친구가 그러더라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엔 객관적인 기준으로 썩 괜찮은 남자하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남자하고 살면서도 결혼 한 걸 무슨 자랑처럼 시위를 하더라는 게 글의 요지였다.
어쨌거나 그런 시위는 대체로 결혼 안 하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만 이루어진다.
뭐 별 신통한 거 없이 전구나 잘 갈아주고 못이나 쾅쾅 박아주는 남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런 정도의-??-남자랑 결혼 할 거 같으면 벌써 갔다!! 라고 해주지 그랬어요 하고 리플 안 다는 나, 리플을 달았다. 하하하.
남들 다 하고 사는 게 자랑이 아니다. 남들 다 하는 것을 어떻게 더 잘하고 사는 게 현명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사실은 남들 다 하는 것을 안 하고 씩씩하고 아름답게 사는 게 사실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혹은 못 가진 자의 변명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뭐 그 정도의 별 볼일 없는-??-남자하고 갔으면 버얼써 갔다... 라는 소리 듣고 싶잖으면 플리스 제발... 촌스럽게 결혼 한 걸 자랑삼지 말기를 바란다. -근디 이 얘기가 왜 나왔지??-
뭐 물론 그렇다고 어머 결혼 안 했어요? 부러워요~~ 하는 것도 별로다. 진정한 부러움 없이 그거야말로 가진 자의 오만으로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대신 나이 지긋한 분들이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겪고 분명 참 잘 사셨구나... 하고 느낄 만큼의 좋은 얼굴을 가진 어른들이 말 할 땐 왠지 결혼이 하고 싶어진다. 저렇게 늙고 싶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비록 '결혼 안했는가? 왜~~ 그래도 괜찮아. 잘살믄 되지. 좋은 친구 있고, 좋은 직업 있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까짓 결혼이 뭐가 중요하겠나.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자알, 즐겁고 행복하게 살믄 되지'하고 말한다 해도 말이다.
거기엔 뻔하고 얕은 질시나 쓸 데 없는 우월감이나 어리석은 계산 없이 드러내는 삶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란 걸 오초도 안 걸리고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시장 가야겠다는 얘길 하려다 옆길로 샜다.
한가하고 고즈넉한 월요일 오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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