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오애도 2007. 1. 14. 10:45

공부 못하는 아이,  노는 날 일찍 일어난다고 모처럼 일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고 있습니다.

사과를 하나 깎아 먹고 만두를 끓여 찬밥을 말아 물김치와 먹고 나서 커피를 끓이고 있습니다. 한 시간 후쯤 수영을 갈 생각입니다.

올 해 초 나름으로 한 해의 소망을 생각해 봤는데 말입니다.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남자 만나 미친듯이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신나게 놀아보세 혹은 날씬해져서 흰셔츠에 색깔 좋은 청바지를 입자!! 는 허황된-??-생각도 아니고 그저 아침 일찍 일어나 인간답게-??- 살자가 됐습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문이 벌겋게 밝다 못해 햇살 쨍쨍해질 정도로-침실이 어두워서 물론 택도 없지만-누워 있는 인간도 못 됩니다. 죽도록 아프기 전에는 낮잠도 안 자고, 게다가 낮에 누워 뒹굴거리는 일은 40평생 살면서-많기도 해라!!- 어릴 때 외에는 기억에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잠에 관한한 별 욕심도 의욕도 없으면서, 어째 아침시간이 삼년 입은 빤쓰 고무줄처럼 늘어졌는가는 심히 불가사리... 아니고 불가사의합니다. ^^;;

그래도 예전엔 열 두 시 쯤 집을 나서서 일해야 하는 경우엔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도시락을 싸 놓고는 책상 앞에 앉아 꽤 진지하게 영어 단어도 외고 책도 읽고 그랬습니다. 이틀에 한 번은 면빤스 두 장과 런닝 셔츠 두 장 그리고 수건 한 장을 꼭꼭 삶아서 널고 말입니다. 어서어서 그런 걸 해치우고 라디오를 켜 놓고 책상 앞에 앉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딴거 다아 내팽개치고 책상앞에 앉아서 공부도 독서도 안하고 뭉그적뭉그적 거리다 허둥지둥 일하러 나가는 것입니다.  흠......

어쨌거나 어찌하여 하는 일도 없이 아침 시간이 더운 여름 날 땡볕에 아이스케키 녹아 없어지듯 사그라지는 지 신기할 지경입니다.

하여!!!

올 해 지상목표가 아침시간을 자알 활용해서 살자!! 가 됐습니다. 하하하.

여덟시에 있는 자유수영 시간에 수영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일단은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출근을 하는 샐러리맨 친구는 나보고 팔자 좋다고 비난 반, 부러움 반으로  틱틱댑니다. 클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든 생각이 성당엘 나가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래 들어 새로 알게 되거나 오래 전에 만난 사람들 중에 느낌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카톨릭 신자들이 많은데 오래 전부터 내가 종교를 가지게 되믄 불교이거나 내 발로 성당엔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개신교 신자나 종교가 없거나 나처럼 왼갖 신들의 섭리를 죄 믿는 사람들이 느낌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

오래 묵은 생각은 어쩌면 운명과 삶을 결정할 지도 모르지요. 그리하여 내 마음의 행보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뭐 사람을 보고 종교를 선택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세상 속에 있는 사람인 이상, 신앙이나 종교의 기준이 사람의 행태가 되는 것은 당연한 터입니다. 물론 설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지도......세 명의 김씨가 불친절하다고 해서 모든 김씨가 불친절하다고 결론 낼 수 없듯이 말입니다.

뭐 그렇긴 하지만 통계수치를 무시할 수 없는 게 또한 인간의 삶인 바...-뭔얘기냐??-

 

늘 하는 생각이지만 종교나 신앙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터, 뿌리와  열매는 같다는 것입니다. 가지가 다를 뿐. 하다 못해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까지... ^^

그러나 적어도 내가 종교를 가져볼까 하는 것의 밑바탕이 무엇인지는 확실합니다. 그것은 바로 감사함 입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일상이 고맙고 감사해서 말입니다. 하여 내삶의 섭리를 지배하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여 미친듯이 괴롭거나 이루어지는 게 없어서 무엇인가를 더 원하고 바래서가 아닌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그것도 일종의 욕심이자 이기심일테니 그것을 버리기까지 신의 연단은 꽤 깊지 않을까요. 무서버!!

어쨌거나 종교와 신앙은 다른 법.

색깔을 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신앙심은 그래도 꽤 깊은 인간입니다. ㅋㅋ

 

머리 나쁘지 않으니까...-^^;;- 또 쓸 데 없이 과한 욕심은 안 부리니까 -이거 맞나??-어떤 것이 내게 주어진 축복이고 기쁨이고 고마움인지 알아내는 일은 투덜댈 거 찾는 거 보다는 백 배 쯤 쉽거든요.

 

착한 오애도...ㅋㅋㅋㅋ

 

닷 새 동안 천지 창조를 하시고 여섯 번 째 날 인간을 만드시고 일곱번 째 날 하루를 쉬셨다는 일요일 아침에-누가? 하나님께서...- 해보는 다분히 불교적인 무소유와 현세의 만족 듬뿍 담긴 생각이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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