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아무 것도 안 하는 날들...

오애도 2007. 1. 7. 14:03

꼬박꼬박 수업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고 똥도 누지만 뭔가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나는 것 같은 나날입니다.

어젯밤 누워서 곰곰 생각해 봤더랬습니다.

나는 무엇을 안 하고 있는가...

1번 책 읽기입니다.

돌이켜보니 대체 책이라고 된 것을 읽은 게 언제인지 모릅니다. 물론 뒤숭숭하거나 휘황찬란하거나 뒤죽박죽된 꿈자리때문에 꿈풀이 책은 주야장창 뒤적이긴 합니다. 아이들 가르칠 때 함께 보는 역사 책이나 종합 월간지따위가 있긴 있지만 예전에 단어 하나 문장 한 개를 씹어먹듯 읽었던 때와는 분명 다릅니다. 알게 되고 얻게 되는 것은 많지만 문제는 그것이 새로운 지식이나 깨달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지나면 다아 잊고 맙니다. 흠.... 하여 늦은 나이에 공부 시작해서 만학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새상스레 경배를 하게 됩니다. 겨우 책이라고 드는 경우는 화장실에서 입니다. ^^;;

 

2번 먹는 것입니다.

냉장고엔 분명 잔뜩 먹을 게 쌓여 있습니다.

울엄니 바리바리 챙겨다 준 밑반찬들이며 우거지며 냉이며....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생선이나 인스턴트들이 드글드글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당최 정신 집중해서 그것들을 요리해 먹는 일에 잔뜩 게을러진 것입니다. 분명 무언가를 먹고 살긴 사는데 무얼 먹는지 따져보면 미스테릭합니다. ^^;;

 

3번 티비입니다.

티비보는 일은 물론 안 한지가 한참되긴 했지만 이젠 더어 볼 새가 없습니다. 볼 새가 없다... 라는 말이 딱!! 맞는다고 실감을 하는데 그렇다고 엄청나게 바쁜 것도 아니니까 그것도 미스테릭한 일입니다.

허긴 티비 볼 시간이 있으면 책을 읽겠지요...

하여 점점 무식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무식은 당최 작금이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읽어대는 일도 안 하고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식해질 밖에요. 최근에 들은 세상일이란 게 겨우 그 떠들썩한 탤런트 부부의 파경소식 정도입니다. 그건 하도 여러군데서 자극적으로 대문기사로 취급하는 바람에...

모처럼 정말 한참만에 어제는 영화 타임머신을 봤더랬습니다. 한참만에 보니 그것도 나름의 감흥이...

그러나 점점 스릴감이 버거워집니다.

 

4번 운동입니다.

종종 수영가고, 가끔 청계산가고, 더러 양재천 가기는 하지만 예전의 정기적인 운동에 비하면 현저하게 양과 질에서 줄어들었습니다.

 

5번 쇼핑입니다.

물론 돈과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돈 버느라 시간을 다 쓰는 바람에...ㅋㅋ. 딜레마로군요...

하여 안 쓰는 걸로 또벌고 열심히 일해서 또 벌고 해서 돈이 쌓이면 작히나 좋겠습니까마는 ^^;;... 그게 아니고 당최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없습니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지 이미 산 날이 더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둘레둘레 챙겨보면 세상에!! 가진 것은 더 많아지고 없어도 될 것 같은 것도 너무 많아집니다.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이 갖고 있던 것이 저절로 소멸되지 않는 이상 남겨지는 것들은 대체 어찌될까요?

물론 이런 거룩한 무소유의 개념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물건에 대한 집착과 욕망은 나이 먹어 빠져가는 기운만큼이나 적어집니다. 가진 것만으로 누려야 하는 기쁨도 다아 못 누리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함부로 버리는 일도 못하는 인간이라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에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쌓이게 될지 자못 걱정스러워집니다.

 

6번 사람 만나는 일입니다.

점점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저 심심해서 누군가와 만나 새새거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럴 마음도 의욕도 없습니다. 하여 늘 만나는 몇몇 사람들 외에는 그저 '나'와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일이 일이니만큼 날이면 날마다 부담없이 만나는 알라들은 지천입니다. ㅋㅋ.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이 설레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 쓸쓸하긴 하지만 더 이상 맘이 설레지 않는 사람들은  만나지 않는 고약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라...

 

7번 돌아다니는 일입니다.

나란 인간이 원래 혼자서 여기저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합니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이나 그도 아니면 그저 길거리같은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요샌 시간이 나면 그저 집에서 빚쟁이처럼 방 콕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약속시간이 되서 나갈 때는 늘 허둥댑니다. 택시를 자가용만큼이나 이용하는 사태가!!!

 

하여 다분히 짐승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정신 멍한 감기 후유증 때문이라도 우길 수도 있지만 분명 그것은 아니고 게으름과 나태함의 소치입니다.

대신 열심히 하는 일도 있겠거니 하고 두리번두리번 살폈지만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며칠 전부터 만둣국이 먹고 싶어서리 싸구려 인스턴트 만두 사다가 열심히 만둣국 끓여먹는 것 외에는...

 

새해 첫 주도 지나고 오늘까지만 이러저러하게 대충 게으르게 살고 내일부터는 다시 공부도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사랑도 열심히... 하겠다고 초등학생같은 결심을 해 봅니다.

늘어나는 것은 몸무게 뿐이군요.

 

어쨌거나 약속도 없고, 일도 없고, 그저 텅 빈 일요일 하루입니다. -대체 얼마만인가!!!-

무엇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날...

반을 뚝!! 잘라 써 버리긴 했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습니다.^0^

 

행복하십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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