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소백산이던가...
기차대신 탄 우등고속버스가 휘휘 산허리를 돌아 오르고 내렸던 산자락에 대한 의문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무능했던 과목이 지리였던 탓에 아직도 경상도 전라도를 머릿속에 그릴 때는 헷갈립니다.
그렇게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산과 물과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사과밭이며 배추밭이며 웅크리고 있는 듯한 집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습니다.
설악산 가는 미시령 고개를 넘을 때도 그렇고 그렇게 높은 산을 깍고 다듬어 놓은 길을 달릴 때마다 그곳에서 땀흘렸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괜히 한없이 고마워집니다. 음 인간은 역시 위대한겨...
그렇게 세시간 쯤을 달려 영주에 도착한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소박한 들길을 달려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길가로 터질 듯 붉고 탐스럽게 달려있는 사과나무가 장관이었습니다.
아자씨... 사과가 없는 나무는 하나도 안 열린 것인가요?
고런거이 아니고 아마 올 사과일낍니더.
아항... 그런데 유난이 색깔이 빨간 것은 원래 종자가 그런 것인가요. 아니면 너무 익어서 그런 건가요?
그런 종자가 있슴니더...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노닥노닥 기사 아저씨와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가끔 뒷자리 아저씨의 보충 설명도 들어가며 말이지요.
그렇게 그림같은 사과밭과 누런 논 사이를 달려 부석사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마침 한 떼의 학생들이 올라가는 지라 나는 슬쩍 옆으로 빠져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과수원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계획과 예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목적보다 과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버스 타고 가다가 보기 좋은 들길 나타나면 훌쩍내려 세 정거장쯤 터덜거리며 걸어갈 수 있는 내 맘대로의 자유!!
과수원에는 정말 주렁주렁이라는 부사어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너 굉장히 빨갛다. 우째 이렇게 예쁘냐... 어쩌구 혼자 중얼거리며 사과나무 사이를 걸어다녔습니다.
사실 사과는 참으로 흔해빠진 과일인데 의외로 그것이 달려있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나 감나무, 혹은 밤나무에 비하면 말입니다. 게다가 나는 꽃보다는 열매를 좋아하는 터라 사과가 달린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부석사로 오르는 언덕을 올랐습니다. 아까 올라갔던 초등학생들이 먼지를 풀풀 내면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그들을 피해 나무 밑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침에 싸온 못난이 김밥을 부시럭거리며 꺼내 먹었습니다. 그걸 다 먹을 즈음 아이들은 모두 내려갔고 조용해진 언덕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명절 밑인 탓인지 절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그 유명한 배흘림 기둥을 짚고 서서 앞에 펼쳐진 산들의 모습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대웅전 안에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전함에 만원의 불전-참고로 교회가면 헌금도 반드시 합니다. 누가 뭐라든 신은 잘 못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니까...-을 넣고 합장은 하지 않았지만 울 아부지와 험난한 세상일이 좀 잘 풀리라고 맘 속으로 기도를 하고 나와 댓돌-?-위에 잠시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멀리 산들이 스톱모션의 물결 모양으로 놓여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데 여기 이렇게 홀로 와 있는가 하는 예의 그 버릇같은 의문이 떠올라 서둘러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섰습니다. 안그러면 그냥 여기서 머리깍고 살어? 하는 맘 들까봐... 그 때까지 사람이라곤 손 붙잡고 온 연인 두 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고즈넉한 공기 속에서 옆에 있는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있는데 투둑하고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어려서 없이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먹는 것에는 둔감하지 못한 것이 나의 치명적인 약점.
오잉? 웬 밤이여...
그리하여 나는 그 먼 곳까지 가서, 그것도 만 삼천 구백원이나 하는 차비 들여서 가서 열심히 밤만-도, 까지, 을, 마저-줍고 왔습니다.
참고로 몇 해 전에 캐나다엘 갔을 때, 스탠리 공원이던가... 무지하게 넓은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투둑! 툭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달려가 봤더니... 뭐게여?...
그게 호두였습니다.
겉껍질까지 달고, 송이 벌어진 알밤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그것들은 툭툭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나는야 호두 줍는 소녀 어쩌구 실없는 농담을 하며 그것을 한 웅큼이나 주웠습니다. 그리고는 목화씨 밀반출하는 문익점의 심정으로 -종자는 갖고 가지 못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어서- 소중히 집으로 가져 왔지요. 집에 와서 망치로 깨 봤더니 그 충실 토실함이라니...맛도 역시 캡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길면 지루하니까...
달고 달았던 바람의 향기를 전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그럼...
기차대신 탄 우등고속버스가 휘휘 산허리를 돌아 오르고 내렸던 산자락에 대한 의문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무능했던 과목이 지리였던 탓에 아직도 경상도 전라도를 머릿속에 그릴 때는 헷갈립니다.
그렇게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산과 물과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사과밭이며 배추밭이며 웅크리고 있는 듯한 집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습니다.
설악산 가는 미시령 고개를 넘을 때도 그렇고 그렇게 높은 산을 깍고 다듬어 놓은 길을 달릴 때마다 그곳에서 땀흘렸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괜히 한없이 고마워집니다. 음 인간은 역시 위대한겨...
그렇게 세시간 쯤을 달려 영주에 도착한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소박한 들길을 달려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길가로 터질 듯 붉고 탐스럽게 달려있는 사과나무가 장관이었습니다.
아자씨... 사과가 없는 나무는 하나도 안 열린 것인가요?
고런거이 아니고 아마 올 사과일낍니더.
아항... 그런데 유난이 색깔이 빨간 것은 원래 종자가 그런 것인가요. 아니면 너무 익어서 그런 건가요?
그런 종자가 있슴니더...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노닥노닥 기사 아저씨와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가끔 뒷자리 아저씨의 보충 설명도 들어가며 말이지요.
그렇게 그림같은 사과밭과 누런 논 사이를 달려 부석사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마침 한 떼의 학생들이 올라가는 지라 나는 슬쩍 옆으로 빠져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과수원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계획과 예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목적보다 과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버스 타고 가다가 보기 좋은 들길 나타나면 훌쩍내려 세 정거장쯤 터덜거리며 걸어갈 수 있는 내 맘대로의 자유!!
과수원에는 정말 주렁주렁이라는 부사어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너 굉장히 빨갛다. 우째 이렇게 예쁘냐... 어쩌구 혼자 중얼거리며 사과나무 사이를 걸어다녔습니다.
사실 사과는 참으로 흔해빠진 과일인데 의외로 그것이 달려있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나 감나무, 혹은 밤나무에 비하면 말입니다. 게다가 나는 꽃보다는 열매를 좋아하는 터라 사과가 달린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부석사로 오르는 언덕을 올랐습니다. 아까 올라갔던 초등학생들이 먼지를 풀풀 내면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그들을 피해 나무 밑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침에 싸온 못난이 김밥을 부시럭거리며 꺼내 먹었습니다. 그걸 다 먹을 즈음 아이들은 모두 내려갔고 조용해진 언덕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명절 밑인 탓인지 절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그 유명한 배흘림 기둥을 짚고 서서 앞에 펼쳐진 산들의 모습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대웅전 안에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전함에 만원의 불전-참고로 교회가면 헌금도 반드시 합니다. 누가 뭐라든 신은 잘 못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니까...-을 넣고 합장은 하지 않았지만 울 아부지와 험난한 세상일이 좀 잘 풀리라고 맘 속으로 기도를 하고 나와 댓돌-?-위에 잠시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멀리 산들이 스톱모션의 물결 모양으로 놓여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데 여기 이렇게 홀로 와 있는가 하는 예의 그 버릇같은 의문이 떠올라 서둘러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섰습니다. 안그러면 그냥 여기서 머리깍고 살어? 하는 맘 들까봐... 그 때까지 사람이라곤 손 붙잡고 온 연인 두 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고즈넉한 공기 속에서 옆에 있는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있는데 투둑하고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어려서 없이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먹는 것에는 둔감하지 못한 것이 나의 치명적인 약점.
오잉? 웬 밤이여...
그리하여 나는 그 먼 곳까지 가서, 그것도 만 삼천 구백원이나 하는 차비 들여서 가서 열심히 밤만-도, 까지, 을, 마저-줍고 왔습니다.
참고로 몇 해 전에 캐나다엘 갔을 때, 스탠리 공원이던가... 무지하게 넓은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투둑! 툭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달려가 봤더니... 뭐게여?...
그게 호두였습니다.
겉껍질까지 달고, 송이 벌어진 알밤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그것들은 툭툭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나는야 호두 줍는 소녀 어쩌구 실없는 농담을 하며 그것을 한 웅큼이나 주웠습니다. 그리고는 목화씨 밀반출하는 문익점의 심정으로 -종자는 갖고 가지 못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어서- 소중히 집으로 가져 왔지요. 집에 와서 망치로 깨 봤더니 그 충실 토실함이라니...맛도 역시 캡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길면 지루하니까...
달고 달았던 바람의 향기를 전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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