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잇국을 끓였다.
이번 시골행에서 한 보따리 가져와 여기저기 나눠주고 남은 거다.
울엄니, 얼마나 깔끔하게 다듬고 씻었는지 다듬을 게 없다.-냉이는 특성상 다듬는데 영 귀찮고 성가시고 시간 오래 걸려서 안 먹는 사람들도 꽤 있다- 울엄니는 자식 줄 거니까 침침한 눈으로 그렇게 공들여 다듬으셨으리라...
어려서는 향채를 싫어해서 뜯으러 다니는 건 좋아해도 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라고 나이 먹으며 쑥갓이며 상추며 냉이 따위를 먹는데 거부감이 사라졌다. 식성과 성격은 닮아 있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인 듯 하다.
여하간 된장국이라는 건 끓어오를 때 묘하게 향수를 자극한다. 어릴 적 저녁나절이나 아침나절의 침침한 부엌에서 풍겨나오던 냄새... 화이트 톤 부엌의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어 올라도 여전히 아련한 냄새다. 잡곡밥을 지어서 집에서 들고 온 물김치와 먹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먹고 사는 것' 혹은 '먹고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봄옷을 잔뜩 샀다.
내가 좋아하지만 비싸서 못 사 입는 브랜드에서 총정리 세일 균일가 뭐 이런 간지가 들어왔길래 큰 맘먹고 가서 이것저것 샀다.
살이 내리고 있는지라 조금씩 작은 싸이즈로 샀는데 집에 와서 입어보니 어렵소!!! 거의 맞는다. 옷이 크게 나온 것인지 내가 살이 내린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거금 236,000원 하는 핑크색 스트라이프 재킷이 단돈 30,000원... 나 좋아하는 플랫칼라에 질 좋은 면이다. 버버리 풍의 밀크 잔뜩 넣은 딸기 쉐이크같은 밀키~~한 핑크색 재킷은 59,000원-이건 분명 300,000원 쯤 했을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사서 닳고 바래도록 입은 바지가 나왔길래 과감하게 색깔 별로 두 장.
하여 봄 옷과 여름 하의는 짱짱하다. ㅋㅋ.
사실은 무지하게 사고 싶은 연분홍색 가디건이 있었는데 그건 신상품이라 무려 260,000원쯤 했다. 대체 뭣땀시 옷값은 그리 비싼 것인지 모르겠다. 4년 쯤 지나면 그것도 3만원 균일가... 이런 식으로 원단값에 팔리게 되겠지만 물론 그런 건 내 몫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니 미끼 상품으로 신상품을 팔려는 속셈도 있었을 것이다. 뭐 그렇긴 해도 질좋은 옷을 싸게 샀으니 기분은 좋다.
얼마 전 꿈에 누군가에게 쫒기는 꿈을 꾸었다. 분명 아는 사람이었는데 무섭게 나를 뒤쫓는 거였다. 나는 피한다는 게 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깊고 깊은 바닷속이었다. 바닷속이었음에도 불고하고 물은 짜지도 않고 의외로 밝고 따뜻하고 깊었다. 나는 편안한 자세로 물을 가르며 그 속에서 혼자 놀앗다. 쫓아오는 사람도 사라졌고 물고기들이 주위에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따뜻했던 물의 감촉이었다. 엄마의 뱃속이 그렇게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늑했을까??
그때는 발현되지 않앗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지금 그렇게 물밑 속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열심히 진지하게 편안하고 널럴하게 일하고 운동하고 책읽고 먹고 잔다. 그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고갤 내밀어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 비로소 내가 찾던 길을 향해 달려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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