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게 우리나라 말처럼 잘 발달된 데는 없는 것 같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봄비는 보슬보슬이라는 말과 어울리고 여름비는 주룩주룩 또는 죽죽-이건 아마 한문의 竹竹에서 온듯... 장마를 竹雨라고 하는 걸 보면..- 가을비나 겨울비는 어떻게 오든 추적추적이라는 말하고 궁합 좋은 부부처럼 잘 맞아 떨어진다.
새벽부터 내내 가을비가 추적인다. 꼭 계절 재촉하는 늦가을비처럼 날씨도 제법 썰렁하다.
이렇게 한참 곡식이며 과실 여물 때 내리는 비라는 것은 하등 쓸데 없는 것인지라 며칠 째 꾸물거리는 날씨한테 괜히, 적당히좀 하지그러니... 하고 슬슬 어르면서 쥐어박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당연히 주소 잃은 날씨 탓에 창궐하는 감기군이 찾아왔다.
아침 내 칼칼하게 목이 아프다. 열심히 떠들어야 하는 논술 수업이 네 시간이나 잡혀 있는데 죽을 맛이다.
좀 쉰다는 핑계로 수영도 안 가고 내내 어슬렁댄다. 그리고는 오전 내 숙제처럼 헬렌켈러의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읽엇다. 스토리 텔링위주의 글이 아니라 그런지 어쩐지 진전이 없어서 벌써 며칠 째 읽고 있다. 사실은 틈틈히...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한 번도 감사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에 새삼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하지만 너무나 많이 알려진 사람 이야기라서인지 가슴이 절절하지는 않다.
추적이는 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슬리퍼 직직 끌고 나가 두부 한 모를 사왔다. 집에 갔다온 이래 엄니가 끓여 얼린 채로 들고온 곰국만 내리 먹다가 늦은 점심으로 청국장을 끓여 먹을 생각이다.
햇동부 넣은 밥이 정말 환장하게 맛있다. 그냥 아무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맛 있는 걸...-이건 아무래도 탄수화물 중독이지 싶다-
듬뿍 청국장을 넣어 부글부글 두부가 부풀어 오르도록 끓인다음 밥에다 척척 얹어 먹어야지.... 배 고프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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