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밤기차...... 눈...... 그리고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오애도 2003. 1. 25. 22:51
눈 내리는 밤.

시끄러운 유령처럼 불밝히고 달아나는-안톤쉬낙의 표현- 밤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눈이 내리고,

잘 구워진 스펀지 케잌위에 얹혀진

폭신한 생크림처럼

창밖으로 보여지는 많은 것들은

개성있는 모양의

부드러운 쉬폰케잌이다.


새벽 다섯 시

눈쌓여 부드러워진 역광장으로 나왔다.

광장 위로, 자동차 위로, 드문 드문 다니는 사람들 머리위로

가루설탕같은 눈은 쉼없이 내리고 또한 쌓인다.


아무도 간 적 없고, 누구도 보이지 않은

천마총 안의 척척 휘어진 소나무와,

그 길을 자전거를 끌고 가던 검은 옷의 경비원과,

바늘끝같은 가지 위에 솜옷 입어 부드러워진 나뭇가지와,

그 사이를 날아다니던 이름 모를 새들을 보았느니...


경주국립중앙박물관 2층 관람객 휴게실에서 나는,

어린 제자와 쿠키를 아삭거리고, 찬음료를 홀짝거렸다.

창밖으로 온통 눈인 걸!!

발목까지 푹푹 싸이는 눈길을 헤치고 오전 내 나와 어린 동행자는,

고즈넉한 시내를 돌아다녔다.



가끔 산다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