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나는 세는나이로 예순이 되었습니다.
예순의 나이라...
서른 살 무렵에는 쉰의 나이나 예순의 시간에 이르면 어떤 느낌일까, 거기엔 어떤 풍경이 놓여 있고 나는 또 어떤 모양새가 되어 있을까를 기대나 희망도 아닌 마음으로 종종 생각했었습니다.
이만큼 와서 보니 대체 나는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싶을 만큼 이전의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먼길을 걸어왔다니...
그 먼길엔 낮은 언덕도 있었고 높은 산도 있었던 듯하고 냇물을 옆에 끼고 걷는 평화로운 들길도 있었습니다. 질척한 길이나 어두운 굴속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햇빛 찬란한 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날들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이만하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고 행복하게 살아온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마음은 아주 평화로워져서-??- 어느 날 불쑥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아이고, 이만큼 무탈하게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재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이게 에피쿠로스적으로 참된 쾌락인 아트락시아 즉 평정심인지도... ㅋ
그렇게 많은 것을 내려 놓으니 비로소 남은 시간에 대한 소중함이 뭉클뭉클 솟아납니다. 아주 긴 시간일 수도 있고 또한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그 남은 시간의 길이를 모르니 그저 매일매일이 마지막 날인 듯 살거나, 시간의 단위 매듭 하나를 끝맺고 첫발 내딛듯 매일매일을 첫날 살듯 살거나... 할 수밖에요.
흠... 어떻게 살아도 생활의 밀도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생각합니다.
혹 다시 태어나 그 먼길을 걸어야 한다면 노, 땡큐!!일 듯요.
내 삶은 분명 의미 있고 귀했으나 이만큼 긴 길을 걸어와 보니 피로하고 피로한 일인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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