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불쑥 가을이 왔다가 복판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마음은 매일매일 글을 올려야지... 생각만 굴뚝같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물처럼 흘러가는 중입니다.
그동안 돌보던 아기는 이제 많이 커서 재잘재잘 말하는 게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리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회자정리의 이치를 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불쑥 온다해도 크게 집착이 없으리라는 걸 예감합니다.
종종 착한 제자가 찾아와 오랫동안 오랫동안 얘길 하고 갑니다. 이제 성인이 된 오래 된 제자들이지만 삶의 갈피 갈피나 일상의 굽이굽이에서 마음이 복잡해지면 그래도 어른이고, 선생이라고 찾아와 조언을 구하고 경청해 주는 제자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난 주엔 오랜 친구를 만나러 대전엘 다녀왔습니다. 고구마를 캐고 줄기를 잘라다 다듬으며 친구와 나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우스 밖으로는 주렁주렁 고추가 열렸고 무우와 배추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가을 풍경 속에 우리가 있었습니다.
사실 엄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런 시골 풍경과 만날 일도 없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양손 무겁게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는 친구가 또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여전히 열심히 기출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수능 시험은 한 달 남았고 그저 소풍 기다리듯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 없고 욕심 없으니 머리는 가볍고 마음은 충만합니다.
국어 문제를 풀 때 종종 스승님들의 작품을 만납니다. 화들짝 반갑습니다.
시 문제를 풀면서는 내식의 해석을 지양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시험엔 시험 세계의 룰이 있는 법. 더불어 시를 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탐구 과목인 윤리와 사상 공부를 하면서 내 책꽂이에 오랫동안 꽂혀 있는 사회 사상가들의 이름과도 짧고 굵게 만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내가 꽤 길게 살았구나.... 이렇게 알고 있는 이름들이 많다니... 허허허
에피쿠로스 학파나 스토아 학파를 보면 나랑 생각이 비슷하고 또 스피노자나 사르트르를 만나도 내 생각이랑 비슷한 거 같고 불교 윤리를 봐도 내가 늘 생각하고 있는 거고 노자와 장자도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도 나중엔 벤담이나 밀까지 몇줄 안되는 그 짧은 객관적 서술을 보며 당최 사유와 성찰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나일 먹으면서 성찰하지 않고 사는 건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삶과 죽음, 옳음과 그름, 부끄러움과 떳떳함, 참과 거짓...에 대해 날마다 날마다 생각합니다. 그 중에 매일매일 거의 한순간도 놓지 않은 화두. 죽음...
낮에는 가을 거리를 걸어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호박 볶음이랑 가지 볶음을 했습니다. 고구마줄기도 들깻가루 넣어 자글자글 만들었고 된장 넣고 시래기도 지져 놨습니다. 비름나물 사다가 고추장 넣고 무쳤습니다. 내일은 비빔밥을 해먹어야겠습니다.
그렇게 자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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