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입니다.
터키 여행 떠나는 날 글을 올린 이래로 무려 넉달이 지났습니다.
여행 가서 들입다 고생을 했었습니다. 첫날 일정에 발목을 삐어서 내내 발을 질질 끌고 다녔고 돌아와서도 꽤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감기에 시달렸는데 최근엔 한 달 넘게 감기로 고생을 했습니다. 3주 정도는 거의 목소리가 안 나왔고 고열에 기침에 가래에... 이렇게 성가시게 오랫동안 시달려도 되나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걸리면 나도 빼 먹지 않고 걸리는 걸 보면 아직 펄펄 살아 있는 면역 체계의 작동을 실감합니다. 병원 안 가고 잘 버텼는데 항암 할 때도 안 나던 고열이 며칠 나서 병원 가서 항생제 5일 먹었습니다. 기록을 보니 정말 한 달이 넘었더군요. 뭐 주위에 감기 걸린 사람들 보면 비슷한 증세에 비슷한 시기동안 앓는 걸 보면 다른 큰병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이젠 다아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은 운전 연습을 하느라 과천 대공원엘 다녀왔고 가끔씩 제자들이 찾아와서 오랜동안 오랫동안 얘길 하고 돌아가거나 친구가 찾아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지금 한창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아이와 열심히 놀아 주고 나머지 시간들은 죽어라 공부합니다.
회갑 기념으로 수능 시험을 치르겠다고 실없는 소리를 했었는데 실없는 소리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석달 전부터 진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하하.
매일매일, 이르면 새벽 네 시, 보통 여섯 시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폅니다.
그 매일매일의 하루가 너무 설레서 다른 어떤 것에도 크게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올해는 연습용 시험을 치르고 내년엔 진짜 본 시험을 치를 것입니다. ^^;;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수능 공부처럼 밀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실감하는 중입니다. 물론 공부 브이로그 같은 걸 보면 공시생이나 임용고시생들도 입이 떡 벌어지게 공부하기는 하지만 수능과는 뭐랄까 농도가 다른 느낌입니다.
뭐 어쨌거나최근 몇년 동안 개인적으로 치렀던 우리말 겨루기나 독학사나 한국사 능력시험과 비교하면 이건 훨씬 사회적인 무게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입시생의 고단함-??-에 정말 온 마음으로 깊은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뭐 올해는 수학 빼고-이건 일단 미뤄 둠- 3등급 이상만 맞자...가 목표이고 내년엔 몽땅 일등급-!!!???!-이 목표입니다. 뭐 안되면 칠순까지 도저언!!
하여 일상이 생기 퐁퐁입니다. 온 마음을 다해 하고 싶고, 해도 좋고,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나니 가끔 일어나는 삶의 부질 없음이 온 영혼을 뒤흔들던 증세가 사라졌습니다.
아직은 어려운 거 없고 못 알아듣는 거 없고 버벅대는 거 없이 자알 해내고 있습니다. EBS 강의 듣는 거 빼고는 그저 곰실곰실 독학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사설 인강 프리패스 끊어서 할 생각-
국어 선생이었던 게 다행이고, 한 때 사회과목을 가르쳤던 게 다행이고, 유지치료 하면서 수능 영어단어집 네 번이나 보면서 다 외워놨던 게 다행이고, 가끔 심심해서 문법 책 들여다 보며 두어 권 끝냈던 게 다행입니다.
물론 머리는 아주 나빠져서 외우는 데 예전보다 다섯 배쯤은 시간이 걸리지만 대신 통찰력은 늘어나서 전체를 이해하는 힘은 커졌습니다.
이러고 몽땅 5등급 나오면 그것도, 아이고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면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하하하
하여 고백하자면 블러그 글 올리는 일조차도 시간 여유를 내는 일이 망설여집니다. 그 시간에 구문 독해를 하나 더하자... ㅋㅋㅋ
어쨌거나 글 기다리신 분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짧게라도 자주 올리겠습니다.
엊그제... 어버이 날이라고 울 엄니 아부지 계신 청주 납골당에 다녀왔습니다. 울 엄니 아부지 빽 믿고 처음으로 차 몰고 고속도로 쌩쌩 달려서 다녀왔습니다.
오가며 크게 힘든 것은 못 느꼈는데 다음 날 아침 코피가!!!
어쨌든 운전이 일취월장!!입니다. 하하하
좋은 봄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