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까지는 아니어도 이렇게 우리말 겨루기 왕 중 왕전 왕중왕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마음을 싸악 비우고 참여에 의의를 두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지만 그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지난 2019년 왕 중 왕전 달인 예심에서 그야말로 폭망 수준-그 이전의 예심에서는 항상 1-3위였음-이었고 그 순위가 어쨌든 문제의 답이 당최 깜깜하게 기억이 안 났습니다. 게다가 예심 열흘 전에 연락을 받은 이번 예심에 비해 미리 공부시간을 준다고 한 달 전에 연락 받아서 꽤나 공부한 것에 비하면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지요.
어쨌거나 이번엔 일도 빡세게 하는 중이라서 시간은 더 없었고 그때보다 나이는 더 먹었고 문제 유형도 많이 바뀌었고...
하여 그냥 기본 실력으로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열흘 정도 공부한 것에서 예심 문제가 많이 나와 뭐... 쓱쓱 쉽게 잘 풀었습니다.
시험 보고 돌아오면서 합격 확률이 70%는 넘을 거라고 믿었을 만큼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하여 이 쟁쟁한 네 분과 겨루기를 했습니다.
엄살이나 과장이 아니라 이틀 전에 출연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에고 대단한 분들이구나!! 생각하고-그 분들 달인 되는 방송을 다 봤으므로-나가서 망신이나 당하지 말아야지, 400점만 맞으면 까먹지 말고 잘 지키기나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ㅎㅎ
합격 연락 받고 세이레정도 열심히 했습니다. 다행이 설 연휴가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긴 했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그래도 딴짓 안 하고 틈틈히 공부...
결론은 본심에서-??- 그 기간에 공부한 것 중에는 단 한 문제도 안 나왔습니다. 하하하.
대부분 오래 전에 했던 공부에서 나온 게 많았고 나머지는 그냥 기본으로 풀었다는... 또한 오래 전에 공부했던 문제들 중에 맞힌 것 빼고 누름단추가 늦어서 못 푼 것도 여러 개였던 걸 보면 문제 유형이 나란 인간과 잘 맞았던 모양입니다.
세 분들 모두 정말 출중하고 쟁쟁한 실력자들입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경청할 만한 소신을 갖고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사시는 분들이기도 하고요. -녹화 끝나고 거하게 소맥을!!-
참으로 유쾌하고 해맑은 엄지인 아나운서와 찰칵!!-제작진이 찍어 줌-
우리 모두 엄지인 아나운서와 마지막을 함께 해서 다행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소식 듣고 내 일처럼 기뻐해 줬던 제자들 중에 하나가 캡쳐해 보내준 사진-우승을 결정했던 문제-
녹화장에 가면서 사실 거의 아무에게도 안 알렸습니다 결과 형편없으면 방송 보라는 얘기도 안 할 작정이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 방송 직전에 여기저기 연락했는데 모두들, 이렇게 칭찬을 들어도 되나 싶을 만큼 기뻐해 줬습니다.
난 그 2단계 띄어쓰기 문제 틀린 것에 대한 악몽 때문에 방송 이틀 전까지도 우승한 기쁨은커녕 이 무슨 부끄럽고 망신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잠을 뒤척일 정도였습니다.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쓸데없이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
사실 평상시 글쓰기에서는 그 반에 반도 안 틀리는데 어쩌자고 그랬는지... 불가사의합니다. 하하.
-물론 예심에서 띄어쓰기는 다 맞았습니다. 예심에도 같은 형식으로 띄어쓰기 문제 있었음. 예심에서 그 정도로 틀리면 당연히 합격 안 되었을 것임-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에는 분명 그나름의 섭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결과, 특히 띄어쓰기를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나를 짚어 봤습니다.
어딘가 오만했던가... 전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상금 천만 원에 문득 욕심이 생겼었나...
뭐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뭐라든 이번처럼 크게 욕심 없이 도전했던 적도 없었던 터라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이 있는가 하는 것.
하여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우리말 겨루기!!
그리고 '나'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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