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요일^^

장맛비가 오는 오후에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제자가 보려고 예매했다가 할머니 생신 모임 때문에 못 간다고, 선생님 허난설헌 좋아하시잖아요... 하면서 꼭 보라고 하더군요.

어제 낮에 재관람 할인을 받은 거라 그 더위에 일부러 이전 관람티켓을 갖다주기까지 했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자알 만들어서 모처럼 깊은 감동이!!!

오래 전에 조선시대 여류시가시조집에서 처음 봤던 그녀의 시 '哭子'

 참으로 서러웠을 그녀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도깨비불은 숲속에서 번쩍인다.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紙錢招汝魂 지전초여혼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玄酒存汝丘 현주존여구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應知第兄魂 응지제형혼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縱有服中孩 종유복중해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安可糞長成 안가분장성 

황대 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浪吟黃坮詞 낭음황대사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퍼 옴-

 

한때 내가 빠져 있던 황진이와 늘 함께 떠오르는 그녀.

허난설헌...

 

공연의 감동을 안고 대학로 거리를 걷다 스마트폰 판매점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산 것은!!!

아이폰 Xs

아이폰6 에서 단숨에 뛰어 최신폰으로 업그레이드.

이전 폰이 5년 쯤 썼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늘 집에 있었으니 웬만한 건 컴퓨터로 하니까 스마트폰으로는 음성통화나 메세지 정도만 쓰다가 최근 바깥 활동을 하게 되면서 동영상도 찍고 어쩌고 하다보니 배터리 닳는 속도가 LTE급이 됐습니다. 설정에 들어가 최대치를 보니 61%... 충전 꽉 100% 해도 배터리 성능은 거의 반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간에 꺼지는 일도 종종 생기고 해서 며칠 전부터 검색에 검색, 그리고 공부에 공부, 다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만 하고 역시 그냥저냥 버텨?? 했는데 오늘 충전 100 하고 전철에서 노래 좀 들었다고 공연 중에 비행기모드로 했다가 다시 켜니 잔량이 10프로.. 이런!! 이건 거의 사용 불가능 수준!!

어쨌거나... X와 Xr 그리고 Xs를 놓고 Xr이 가격도 저렴하고 배터리 성능 최고라길래 봤더니 오매 무겁고 큰 것. 거의 무기 수준입니다. ㅋ 이 나이에... 무거버!!

그럼 소박하게-??-  X를 하겠다고 했더니-그게 나온지가 꽤 됐으니까 가격이 내렸을 거 같아서...- X나 Xs나 가격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는데 사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X가 물량이 잘 없는 모양입니다.

판매자 얘기로는 2년 쓰고 나중에 새 걸로 바꾸면 엄청 싸게 산 것이라고 하지만, 그 전에도 나중에 계산해 보면 나는 딱!! 2년 약정만 쓰고 바꾸는 인간이 아니고 전화기 수명 다할 때까지 쓰는 지라 결국 제값 다 주게 되는 것이더군요. 허허. 이건 뭐 조삼모사도 아니고...

전화기는 아직 개통이 안됐고 유심칩도 안 끼운 상태지만 우와~ 신세계입니다. 속도가!!! 내 낡은 컴퓨터보다 열배는 빠른 듯...

작년 겨울인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컴컴한 바닥에 허옇게 이어폰이 떨어져 있길레 주워왔습니다. 귀 모양을 보니 사과폰 이어폰인 거 같았는데 집에 와 살펴보니 내 핸드폰 이어폰과는 잭이 달랐습니다. 짝퉁인가... 하고는 서랍에 넣어 놨다가 오늘 새 전화기 이어폰을 보니 엥!!!같은 모양의 잭입니다. 허허.

사실 뭐 잃어버리지 않으면 쓸모없겠지만 득템!!입니다. 하지만 사과폰밖에는 쓸 수 없게 만든 이기심!!!과 오만함!!!이라니...

왼쪽: 주운 것. 오른쪽: 새 것

그리고 정말... 용도가 궁금한 사과 스티커!!

어쨌거나 새 전화기와 또 잘 지내야겠습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전화기 바꿀 때 쯤 되면 또 나는 몇살 더 나이를 먹고 늙어가거나 시들어가겠지요.

 

사소한 물건들조차 사실은 깊은 의미들을 품고 있습니다.

시간을 재는 단위라니!!

무지무지 바빴던 열흘...

그렇게 시간은 휙휙!!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