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부터 시작했으니까 딱 6개월 되는 날이다.
고도비만임에도 불구하고 쑥쑥 체중이 내려가지 않는다. 항암 끝나고 잘 먹은 덕에 늘었던 체중이 무게는 거의 요지부동. 그럼에도 체지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몸의 부피는 줄어드는데 무게가 그대로라면 더 밀도 높고 무거운 것으로 채워지는 것이리라. -근육-
3주 전부터 드디어 긴 무게 정체기도 끝났는지 일주일에 거의 1킬로씩 감량...
부피 아니고 무게가 줄어들 때는 꽤 심한 근육통이 생긴다. 몸살기처럼 어깨를 중심으로 하루 이틀 쑤시는데 오랫동안 근육 사이에 끼어 있던 체지방이 빠지느라 그런 것이라고... 다리 쪽이 아프면 다리가 빠지고 어깨가 아프면 어깨가 빠진다.
내 체형은 어깨가 좁고 뼈대가 얇고 얼굴 크기가 작은 그러니까 가슴 위쪽은 왜소한-뭐래??-체격이다. 반면에 가슴부터 시작해서 중앙 부분은 거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수준. ㅋㅋ-참 자랑이여-
예전에 80킬로 가까운 무게에 90 싸이즈 티셔츠가 어깨는 맞는다고 했더니 친구가 안 믿길래 그 자리에서 입어 보인 적이 있었다. -어깨선이 어깨 밑으로 내려왔음. 박스티도 아닌디... -
뭐 여하간... 중앙 부분에 맞춰서 큰 사이즈 입던 옷들이 지금 입으면 어깨부분에서 헐렁~ 하이 얼뜨기처럼 보인다. 하여 최대치 몸무게 때 샀던 옷들은 망토 수준이 됐고 15년 전 입었던 셔츠들이 하나둘 씩 맞기 시작... -물론 그때도 뚱뚱했다. ㅋ_
이웃에 자주 보는 사촌언니가 있다.
뚱뚱하진 않고 평생 날씬한 체형으로 건강을 위해 몇 달 헬스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와서는 체중이 너무 줄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얘길 했다.
허걱!!!! 겨우 3-4 개월 그것도 강도 높은 운동도 아니고 매일매일 한 것도 아닌데 온 몸이 홀쭉해질 정도로 체중이 내려간 것이다. 좀 더 빠지면 조만간 아가씨 때 몸무게 될 거라고... 그러면서 한마디...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온냐, 등짝 한 대 맞고 싶어? 하면서 우리는 킬킬 웃었다.
언니의 특징은 일단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깨작거리거나 일부러 덜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맛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수면의 은사가 있다. 잠을 좋아하고 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운동하고 잠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흠... 그럼 내가 살찐 건 잠을 별로 안 좋아하고 수면의 질이 별로인 것에 다대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잘 자고 일어나면 몸이 홀쭉해지고 체중이 내려가는 것을 본격적으로 다이어트 하면서 보게 되었다.
병원에 있을 때, 내내 못 자다가 회복기의 어느 날... 침까지 질질 흘리며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나 체중을 쟀더나 전날보다 거의 4킬로 정도 내려가 최저 몸무게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게 체지방일 리는 없겠지만 온 몸의 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쓸데없는 체액이나 이런 것들이 소모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단순히 무게에 집착하다보면 이런 건 아주 중요한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러나 어떤 현상에 있어 그 기저를 이해하는 데 중심을 두는 인간이다. 하여 내 몸은 지금의 상태로 전진하다 보면 수십년 동안 내 몸을 이루었던 불,필,요,한 체지방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달에 일킬로면 일년이면 12킬로이고 오백그램 씩만 줄어도 6킬로다... 체지방도 물론 한 두달 사이에 휙휙 쌓인 것이 아니듯 빠지는 것도 그렇게 쉽게 호락호락이 아니다. 이렇게 느릿느릿 천천히 나가주다니 욕심과는 달리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몸이 키토시스 상태가 되면 들어오는 음식이-탄수화물이나 설탕 같은 포도당- 아닌 체지방을 케톤체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이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의 맥이다. 체지방 엄청 많은 인간인 나는 그런 이유로 안 먹어도 크게 몸의 데미지가 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기본을 잊지 않은 채 적당히 밥도 먹고 과일이나 뭐 이런 것도 강박일 정도로 제한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수치상의 감량 속도가 더딘 것이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머리칼도 튼튼하고 피부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1도 없는데...
그리고...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식욕이 많이 없어져서 뭐 안 먹어도 혹은 며칠 굶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하여 조만간 한 나흘 정도 단식을 해볼까 생각 중. 빈 위장의 고요함을 느껴볼 심산으로...-
어제 다섯 시 쯤 모처럼 고기 구워 먹고 아침에 블랙 커피에 미주라 토스트 한 장에 버터 발라 먹었는데 배가 안 고프다. 먹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요샌 너무 자주 든다는... ㅋㅋㅋㅋㅋ 이거이 무슨 혁명적인 일인가!!!!
ㅇㅓ쨌거나 지난 주부터 그래도 다리 근력을 위해 두어번 씩 선정릉 걷기와 집에서는 하루어 두어번 씩 비장한 음악 틀어놓고 매일 군대에서 한다는 도수체조 비슷하게 팔다리 운동도 한다. 하하.
세상 즐겁다.
초기 정체기 길었던 동안 몸의 시스템이 안정을 찾았을 것이다. 하여 체중계도 휙휙 움직이겠지.... 는 희망사항.
안정된 랩틴 호르몬과 내 착한 인슐린 대사에게 토닥토닥!!!!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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