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 가는 날. 3차 유지 치료...
베사노이드 보름치. 두 시간 기다리고 의사 면담은 15초 쯤...
잘 치료되고 있어요...약 먹는 회차지요?
네. 안녕히 계세요. 고맙습니다. 하하
혈액수치는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정말 이상적인 수치로 정상이다. 혈소판이 조금 올랐을 뿐.
백혈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혈소판이다. 발병할 때나 재발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이 혈소판.
채혈할 때 피가 멈추는 속도를 보면 혈소판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게 낮으면-항암제 투여하고 수치 바닥칠 때- 주사 바늘 꽂았던 곳에서 피가 퐁퐁 솟는데 한참을 누르고 있어야 겨우 멎는다. 반대로 회복기에-일차 관해 때는 58만 까지 올랐음-정말 핏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웃으며,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오는 인간이라고 간호사랑 킬킬 했었다.
혈압도 정상이고 맥박도 정상이고 간수치 당뇨 뭐 이런 것도 갠찮고... 다만 총 콜레스테롤이 높은데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어쩌면 활력과 건강의 바로미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곳에 포진하고 있고 또한 생명 현상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가 따지고 보면 콜레스테롤인 것.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통증에 시달려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두통도 없었고 허리가 아파 본 적도 없으며 어깨 통증이나-어릴 때 힘줄 다쳤을 때 빼고- 무릎 통증이나 발목 통증도 뚱뚱함에도 불구하고 없다. 눈에 인공눈물이나 식염수 이런 걸 넣어 본 적도 없다. 배탈이나 설사도 거의 없었고 열에 시달리는 일도, 이유 없이 몸이 붓는 일도 거의 없다. 아직은 시력도 좋고-책읽기나 바느질도 잘 하고 아이폰 6 글자 확대 안 하고도 문제 없이 읽음. 돋보기 써 본적도 없음- 만성 변비나 소화불량도 -있을리가 없지... ㅋ-없는 꽤 건강한 몸이다.
이렇게 말하면 건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어릴 때 어른들은 데끼!!!! 했었을 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주어진 것을 길게 나열하는 것은 자기자랑이거나 자뻑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저런 없는 것들.... 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평생을 감사하며 살았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고마워 내 몸 토닥토닥~~
백혈병 진단받고 1차 항암하면서 급작스럽게 폐경이 왔다.
그리고 치료 도중에 물에서 건져 놓은 것처럼 땀을 흘렸던 것이 항암제 영향이 아니라 폐경 증세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올 여름 나는 그렇게 불쑥 하루에도 서너번 씩 몸에서 -특히 얼굴과 머리-샘 솟듯 땀이 솟는다. 땀이 나는 순간 몸은 훅 뜨거워지지만 희한하게 더위는 크게 느끼지 않아서 뜨거운 햇볕에서도 견딜만 했다. 오히려 추위를 으슬으슬하게 타는 경우가 많은데 항암 후유증이리라.
그리고 두 주 전 쯤 갑자기 어깨 통증이 훅!! 왔다. 어떤 물리적 충격 없이 그저 훅!!!
이전에 힘줄 늘어나서 고생했을 때의 통증과도 달랐고 가끔 살 빠질 때 오는 근육통과도 달랐다. 양쪽 팔을 어깨 위로 올릴 수가 없었는데 순간 이게 소위 말하는 오십견이구나 하는 생각. 물리적인 상처나 충격이 아니므로 진통제로도 나을 것 같지 않았고 병원에 가도 뾰족하게 방법이 없을 것 같았고 침을 맞아도 별 차도가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몇 시간 후 귀신같이 통증은 사라졌다.
집에 있을 땐 괜찮고 가끔 친구 가게에 아르바이트 가 있으면 그랬는데 그게 알고보니 그 갱년기 땀이 원인이었다. 그 물처럼 솟는 땀을 흘리지 않으면 통증이 생기는 것.
친구 가게가 쇼핑센터인 관계로 종일 에어컨을 트는 바람에 땀은 커녕 으슬으슬하게 추웠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 집에 돌아와 흠뻑 땀을 흘리면 정말 귀신같이 사라졌다.
폐경기에는 온 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저런 땀의 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한동안 손과 발, 즉 말초만 이유 없이 계속 부었다. 자고 일어나도 부기는 빠지 않았고 아침엔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손만 퉁퉁... 어느 땐 샌들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발등도 퉁퉁... 손은 주물러 주면 일분도 안돼서 대체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가 이것도 엊그제 원인을 앎.
바로 찬물 때문이었다.
작년까지 나는 여름에도 냉장고의 물을 먹지 않았었다. 찬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였는데 올해는 갱년기 땀을 비오듯 흘렸으므로 수분 보충해주느라 이온음료와 물을 종일 많이 마시기도 했고 그것이 냉장고의 차가운 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종일 마셨던 찬물이 내장 기관의 순환을 느리게 했을 것이고 결국 말초까지 혈액이나 대사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손과 발이 부었을 것이다. 바느질 하느라 운동이 거의 없었던 것도 원인의 일부일 것이고 게다가 밤새 선풍기를 틀어 놓았으니 전체 체온이 낮았던 것도 원인이었을 터.
하여 어제부터 당장 찬물을 끊고 대신 실온의 정수기 물로 바꾸고 따뜻한 차와 미역국을 한사발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런!!! 손의 부기와 발등의 부기가 쏙 빠지는 기적이!!!!
손이 붓기 시작할 때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손에 땀이 거의 나지 않았다는 것. -나는 유달리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인간- 지금 손바닥에 다시 땀이 끈적끈적...그리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유연해졌다. ㅠㅠ
놀랍게도 아침에 보니 체중도 쑤욱 내려갔다. 허허허.
나는야 쉰다섯의 갱년기 여인이다.
문득 후끈해지면서 땀이 솟으면 거울 앞으로 가서 그 샘물처럼 솟는 땀을-특히 얼굴- 조용히 들여다본다. 흘러 나와야할 것들은 나와야 하는 것이구나. 매달 달거리로 나왔던 것들이 이제는 말간 땀으로 나오는 것이구나. 네가 고여 있으면 몸은 비명을 지르는 것이구나...
그리고는 놀라운 자연의 법칙과 그 자연의 일부인 몸의 매커니즘에 감동한다.
토닥토닥 나는 내 몸을 들여다보고 웃어준다.
이만하면 최고지 않은가... 급성백혈병도 몸살처럼만 앓아주는 착한 내 몸!!
고마우이... 삶이 끝나는 날까지 그렇게 감사해하며 살겠소.
'나의 백혈병 투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얼스!!! (0) | 2018.09.28 |
---|---|
1년... (0) | 2018.09.05 |
6주만에 (0) | 2018.07.03 |
유지치료 2차... (0) | 2018.05.26 |
참!! 좋은 봄날 (0) | 2018.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