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날
나무말미나 빨랫말미인가... 갑자기 쨍 맑은 날씨.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사실 고백하자면 근래 들어 병원 가는 일이 뭔가 내게 주어진 썩 괜찮고 진지한 일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 그건 아마 내가 그동안 어디에도 적을 두고 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가 확실히 병원에 적을 두는 일이 생기고 보니 뭐 그나름의 감흥이 있다. 그리고 사실 갈 때마다 내 상태는 늘 좋았고 별로 걱정된 적도 없다.
아산병원은 사실 중증환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 병명도 물론 중병인 것은 확실한데 어째서 나는 그들과 달리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채혈을 위해 두 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이처럼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주치의 면담은 오늘도 일분이 안 된 듯...
잘 지내셨어요? 혈액수치도 좋고 유전자검사도 깨끗해요. 6주 후에 오세요...
끝!!!
3차 유지치료로 6주 후에 다시 유전자 검사를 하고 베사노이드 보름 복용.
난 다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차창 밖으로 구름 걷힌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좋다!!!
그리고 행복하고 즐겁다!!!
매일매일이 선물 같은 날이다.
지금!!! 이 가장 행복한 때이고 지금!!!! 가장 젊을 때이고 지금!!!! 이 늘 최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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