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흠... 이상하군. 그리고 꿈 얘기^^

오애도 2017. 12. 29. 23:23

어째 백혈구 수치가 오를 때가 아닌데 느낌상 수치가 오르고 있는 듯하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으쌰~ 하는 기분이 드는데 이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

약효는 어쨌거나 보름 후까지는 백혈구 수치가 바닥을 치고 그 이후부터 실실 오르고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말이다.

지난번에는 감기 끝자락을 달고 공고치료를 했던 터라 호흡곤란과 약간의 열 그리고 점막이 많이 예민해져서 먹는 것이나 화장실이나 안구가 좀 성가셨고 뒤늦게 온몸 근육통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그런 증세들이 아주 쪼오금... 있다.

오른 쪽 다리가 좀 쑤시고 위점막이나 식도가 예민해져서 뜨거운 것 넘기는 게 성가시긴 하지만 뭐... 크게 괴롭지는 않다. 아니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아서 그런가...


어쨌거나 괜히 기운이 펄펄-??-나서 종일 청소를 하고 이불 빨래를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운동 삼아 산책을 하려다 그만두고 -알고보니 미세먼지...-모처럼만에 책을 좀 읽었다.


이 컨디션으로 가면 3차 공고가 의미가 있으려나...는 내 생각인데 모르겠다.

더 이상 자벨스 씨 위력보다 내 백혈구가 더 세진 것은 아닐까? 암세포가 아니라 면역체로써의 백혈구...


처음 진단받고 강남 세브란스에 있을 때 치료에 관한 꿈을 몇가지 꾸었다.

인상적인 것은 내가 세 군데 연탄불에 세 개의 냄비에 밥을 짓는데 밥 세 개가 다 잘 됐었다. 그리고 이어서 꾼 것은 죽은 시체? 에다 절을 세 번 하는 것이었는데 마지막에는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 처럼 손바닥을 위로 해서 다아 마치고 일어났었다.


뭐 그래서 나는 치료가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당시 세브란스에서는 45일 씩 세 번 입원해서 치료를 할 것이라고 했었다.

흠... 만약 공고치료 두 번으로 끝난다면-합 세번- 이 글은 그야말로 꿈해몽으로 성지가 되겠지.


다시 재밌는 꿈 얘기...

 나하고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삼년 서당개가 돼서 종종 놀라운 해몽도 하고 놀라운 꿈도 꾸는 제자가 있는데 입원하고 이틀 후 쯤 깨똑이 왔다.

쌤, 별일 없으시져? 꿈에 선생님이 나왔어요.

여기 세브란스... 입원 중이다.

어디가 아프세요?

백혈병이다.

헐러러러럴!!!

무슨 꿈인데?  나 죽을 꿈이냐? ㅋㅋ


전화로 들은 꿈 내용인즉, 자신이 이상하게 머그컵에 계란 세 개를 넣고 삶으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짠~하고 나타나서는 알맞은-이 부분이 중요하다. 무심코 그 아이는 알맞은... 이라는 말을 정확히 했다- 냄비를 꺼내더니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계란 세 개를 삶아 주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나와 저와 제 동생 셋이서 까먹고 공포영화를 보러 가려다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견강부회적-??- 꿈해몽을 해보면...

일단 머그컵의 M... 그리고 계란 3 개... 내 백혈병 유형은 M3다.


그럼 알맞은... 을 무심코 얘기한 그 알맞은... 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유일하게 백혈병 중에서 정말 알.맞.은 표적치료제가 있는 것은 M3 뿐이다. 하여 알맞은 치료를 받는 과정일 지도...

아니면 세브란스에서 아산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시 세브란스는 나를 진단했던 주치의가 임신 중이었고 출산을 한 달 반 정도 남긴 상태여서 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곤혹스러웠나보다. 출산 후 출산휴가를 가면 그 병원은 백혈병 파트가 없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를 맡을 의사가 없는 것이다. 하여 나는 거의 강제 트랜스퍼가 된 것이다.

물론 불만은 없다.

 어떤 일은 결코 나 자신, 혹은 개인의 힘이 아닌 어떤 섭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아산병원은 어쨌거나 우리나라 최고의 혈액암 치료병원인 것도 사실이고 머그컵 정도의-강남세브란스-크기와 냄비-아산병원- 크기의 상징적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러 가지 않은 것은 또 얼마나 다행인가...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역시 나랑 6년 동안이나 함께 공부한 분명 언니이지만 동생 같은 느낌이 드는 언니가 있는데 나 죽어서 함께 조문 오는 것이 공포영화 보러 오는 것인지도... ㅋㅋ.


그걸 듣고 있던 저쪽의  나와 같은 병으로 입원한 어르신의 보호자인 딸이 말했다.


그리고 달걀은 '부활'이지요...


어쨌거나 토닥토닥!! 착하다. 내 몸... 그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