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벨 스 씨 주사 맞고 이틀 째가 좀 힘들다. 열도 나는 것 같고 몸은 나른하고 실실 입맛은 저 밑에서부터 없어졌지만 사실 못견딜 정도는 아니다.
밥 먹으려면 쌀냄새 때문에 좀 미슥거리지만 금방 지나갔다. 죽어라 이온음료를 마시고 과일을 먹고 이틀 쯤 보내니 멀쩡해졌다. 주말부터 컨디션은 좀 회복돼서 근육통이 많이 사라졌다.
항암을 핑계로-?- 걸귀처럼 먹는다. 종일 과일을 먹어대거나 차를 마시거나 미역국이나 청국장을 끓여 흰 쌀밥을 배부르게 먹는데 덕분에 실실 뱃살과 함께 지방이 차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단 치료만 끝나봐라... 벼르고 있다. 다시 고지방 저탄수 식단을 하리라...
뭐 몸이 항암제하고 싸우는데-암세포가 아니라- 지금은 원하는 대로 해주자... 싶어서 먹고 싶은 걸 가리지 않고 먹는다.
몸이 좀 무거워지고-이건 살쪄서 그런 것- 입술 껍질이 조금씩 다시 벗겨지고-예의상?-, 구강 점막 외 몇군데 점막이 서서히 예민해지기는 하지만 어딘가 이빨 빠진 호랑이 증세다.
제주도에서 귤 한박스를 주문해 종일 까먹고 오늘은 주문했던 고구마가 도착해서 군고구마를 만들어 -비록 작은 것이긴 하지만- 다섯 개나 먹었다. -결국 저녁은 패스!!- 어릴 땐 고구마나 감자 같은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흠....
어제는 갑자기 피자가 미친듯이 먹고 싶어서 주문하다가 그 과정이 하도 길어져서 그만두고 말았지만
조만간 시켜 먹고 말 것이다. -사실 항암 후에 피자는 굉장히 좋은 고열량 고단백 식품인지라 권장하는 음식임-
어쨌거나 잘 먹으니 그까이꺼 항암제가 맥을 못추는지 나를, 혹은 몸을 크게 괴롭히지는 않는 것 같다.
어제 일주일만에 외래가는 날.
혈액검사 결과는... 혈소판 수치 빵빵하고 혈색소 수치도 든든하고-이거 두 개가 과하게 내려가면 수혈각이다- 반대로 백혈구는 3/1로 줄었고 호중구도 반으로 줄었다. 아주 자알 하고 있는 것이다. 얘네들이 안 내려가면 그야말로 약빨이 안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혈병은 백혈구 님의 반란인 것. 호중구는 백혈구의 호위무사중-??- 하나. 1차 관해 후 골수 속에 있거나 있을지도 모를 불량 백혈구들을 없애는 것이 공고요법을 하는 이유이며 당연히 항암제의 역할인 것이다.
정확하게 즈그들이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있는 참으로 착하고 예쁜 자벨스 씨와 베사노이드 군이다. 토닥토닥...
잘 먹고 건강하면 몸이 항암제를 이길 수 있다. 물론 암세포가 항암제를 이기면 안된다. ㅋ
몸 약하면 항암제 지나가는 길마다 무너지고 상처입고 끝내는 암세포와 싸우기도 전에 몸은 아작이 나고 마는 것이리라.
하여, 의사 면담은 30초도 안 된 듯...
의사: (모니터 보며)잘 지내셨죠? 어떠세요?
나: 네~ 컨디션 좋아요. 저 그냥 가도 되지요?(이미 스마트폰에서 검사결과 다 봤음)
의사: 다음 주에 오세요...
나: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나온다-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걸 보고는 간호사와 대기 환자들이 빨리 나왔다고 놀란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병원을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전철역에 도착. 그곳 약국에서 약을 타고 전철을 탔는데 음악 듣다가 그만 갈아타야 할 역을 지나쳐 엉뚱한 곳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옴.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시장을 잔뜩 봐서 배달을 시키고 집에 도착!!!
문득 깨닫는다.
힘이 별로 안 드네... - 갈 때도 주민센터 들렀다가 전철 타고 병원 셔틀 버스 타고 갔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씩씩하게 씩씩해진다.
어쨌거나 그래도 다음 주까지는 조심해야지.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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