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소년을 위한 공연 예술제 두 번째 작품 <그럼 세상은... >
다섯 개의 작품 리뷰를 다아 썼다.
내 성향이 리뷰 쓸 때 이게 문제네, 저게 문제네 식의 글을 지양하고 쓴다. 특성을 칭찬으로 생각하지 않고 문제점에 대한 언급을 비난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다행이 대부분의 많은 글들을 그렇게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서 고마웠고 감사했다. 그동안 익명 사이트에 썼던 수십편의 리뷰들... 그 반응들이 내게 줬던 뿌듯함. 글이 내게 주는 위로와 평화다.
이번 리뷰들은 그러나 익명이 아닌 실명. 컴퓨터를 못 믿어 온라인 상의 기록의 의미로...
세상은 날것이다.
연극이 영화나 티비 드라마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날것이라는 것입니다.
날것이라 함은 가공하지 않은 혹은 익히지 않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재료를 카메라라는 솥에 넣고 쪄서 편집이라는 조리의 과정을 거쳐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이라는 그릇에 담은 음식... 영화나 티비 드라마
연극도 물론 만들어진 이야기를 배우가 연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호흡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지요. 그 날것의 특성은 당연히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익히지 않은 음식은 사실 소화에 부담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편함이 있지요. 반면에 그 재료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이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 연극은 여러 가지 의미로 날것의 느낌이 강합니다. 성폭행이라는 소재가 주는 훅!! 치고 들어오는 날카로움도 그렇고-이건 소화에 부담이 되겠지요.-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터라 전체적으로 시각이 분산되지 않고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게 됩니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것은 그렇게 박스 몇 개로 변화무쌍해지는 무대 공간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야말로 익히지 않은 재료의 질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성을 건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건드리려는 의도임이 드러납니다.
이 연극은 언뜻 보기엔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 관한 얘기 같지만 사실 진실이 무엇이냐 보다는 그 진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이기심을 보여줍니다.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선명하게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쩌면 그런 날것의 느낌이 영화나 TV드라마와는 다른 미덕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사실 ‘나’에게 닥치면 어떤 은유도 될 수 없는 적나라한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날것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나 이기적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이 옳다!는 전망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재구성된 드라마의 의무이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원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누구든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것이 틀렸다고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것은 ‘나’도 별다르지 않아서겠지요.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옳은 것이 다 좋은 것인가.
그러면 좋은 것은 정말 미덕인가.
끝내 결론은 내지 않은 연극을 보고 난 후 잠깐 든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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