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좋아하시는 시금치 나물을 하려고 시금치를 데쳤는데 나물로 무치는 대신 김밥을 쌌다.
이전엔 시금치랑 당근을 보면 늘 잡채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문득 집에서 만든 소박한 김밥이 먹고 싶었다.
당근은 늘 있고 사다 놓은 스팸도 있어서 김장김치 참기름 설탕 넣고 무쳐서 김치 김밥을 쌀 생각이었다.
마트에 갔는데 말하자면 김밥 패키지를 세일 중이었다. 단무지와 햄과 김밥용 김과 맛살이 묶인...
하여 그만 평범한 분식집 김밥 모앵새를 띤 김밥을 싸고 말았다.
그래도 맛은 확실히 홈메이드 스타일의 투박한 맛이 있다. 압력 밥솥에 한 밥이 지나치게 차져서 일단 식감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엄니 한 줄 드시고 내가 한 줄 반 쯤 먹고 수업 온 얼라랑 우물거리며 공부를 했다. 남은 김밥은 다음 날 뜨거운 커피랑 먹었다.
예전에 난 김밥을 아주 예쁘고 맛있게 자알 싸는 인간이었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모양새가 영 별로다. 밥이 잘 펴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는...
조만간 나 좋아하는 김치 김밥을 또 쌀 것이다. 그리고 내키면 낮에 혼자서 대공원 옆 미술관 뜰에서 뜨거운 커피랑 먹고 올지도...
우편함에 저런 광고지가 들어 있었는데 열어보니 일회용 밴드가 저렇게 들어 있었다.
별 게 아닌데 참 묵직한 횡재느낌-??- 혹은 소박한 득템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ㅋㅋ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이런 건 없는 게 낫다.
나란 인간이 어떤 사소한 물건이건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면 꼭 쓸일이 생기는 징크스가 있다.
저 밴드를 쓰려면 누군가 작은 것이라도 상처가 나야겠지...
가끔 아이들이 일회용 밴드 있어여? 하기도 하고 피부가 한없이 얇아진 엄니도 여차하면 상처가 나서 피가 멈추질 않는데 쓸 일이 없으면 좋겠다.
엄니가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커다란 찐빵을 좋아하셔서 오후에 설렁설렁 나가서 사왔다. 명동 성당 앞에서 내려 명동을 뚫고 신세계 백화점을 지나 남대문 시장에서 길거리서 파는 양말 다섯 켤레와 빵 두 개와 만두 다섯 개를 사왔다.
명동은 관광객들로 들끓었는데 오히려 내가 이방인인 듯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좀 쌀쌀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봄햇살이 찬란했다.
엄니는 퇴근 후 정신없이 주무시는 중... 곧 일어나서 찐빵 하나를 드실 것이다.
느릿느릿 나는 살고 있는데 시간은 휙휙 지나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촬영기법 중에 그런 것이 있다. 인물은 가만히 있고 주위 환경이 휙휙 변하는 것.... 그게 뭐드라... 나는 지금 그런 시간 속을 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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