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

오애도 2016. 4. 12. 13:18

엊그제는 엄니 생신... 팔순이셨다.


아침에 큰오빠 내외가 와서 같이 식사를 했다. 큰 올케가 이것저것 준비를 해와서 나는 미역국만 끓였다.

낮에 세째가 지 아들이랑 케이크 사들고 와서 불 끄고 돌아갔다.

엄니는... 종일 컨디션이 안 좋셨는지 말없이 우울해 하셨다. 당신 생일인지 의식하지 않으셨을 게 분명한데 종일 말씀도 표정도 없으셨다.

나는 늦게까지 수업이 있었고 방에 들어가보니 엄니가 누워서 자꾸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 우시는겨?

아녀... 눈물이 날 때가 있어. 

엄니는 어느 순간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는데 눈물이 안 나와서 못 운다고 하셨었다.

엄니 몇 걸음 운동시키고 내가 땀범벅이 돼 엄니 내 얼굴 좀 봐요... 하면 엄니는 내 얼굴을 보면서 얼굴만 우셨었다. 잔뜩 찡그리고 소리도 눈물도 없는 엄니의 울음.

 엄니 눈물 안 나온다더니 눈물이 흘러요?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말하고는 한참을 한참을 한참을 엄니를 내려다 보고 서 있었다.

가만히 엄니는 올려다 보시고는

 갠찮어. 가서 자... 하셨다.

내 방으로 돌아와 나는 끅끅 울었다.

산다는 게 쓸쓸하고 쓸쓸하고 쓸쓸하고 슬퍼서 ...

오늘 새벽에 일 마치고 작은 오빠가 다녀갔다. 주무시느라 의식이 없는 엄니는 아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보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둘째 다녀간 거 알어?

했더니,  알지... 하셨다.

둘째 올케가 보낸 금일봉-??-으로 어제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엄니 옷을 한 보따리 사왔다.

이뻐요?

이쁘네...

다아 늦게 케이크 한 조각 드시고 엄니는 오래오래 주무셨다. 그렇게 아들이 왔어도 일어나지도 않으시고...


점점 어딘가 먼 데로 가시는 엄니의 정신은 어디 쯤을 서성이는지...  


어제 남산엔 더 할수 없이 만개한 꽃들이 봄날 햇빛 속에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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