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봄이 오는가...

오애도 2016. 2. 24. 22:21

어제 엄니 모시고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에 데이케어센터에서 엄니 소변에서 피가 보였다고 연락이 와서 동사무소에서 휠체어를 빌려놨는데 엄니가 개않다고 병원엘 안 갔는데 아침에 많이 아프다고 하시더군요. 지난 주에 동네 검색해서 비뇨기과를 혼자 찾아 가서 이런 저런 상황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제법 바람이 차서 엄니는 중무장을 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히는데 무기력하게 앉아 계시는 엄니한테 옷 입히면서 말했습니다.

 이 모양이 되려고 엄마 그 험한 길을 걸어 오신겨?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와서 엄니... 겨우 여기 이 꼴인겨요? 사는 거 증말 재미 읎네...

괜히 꺽꺽 목이 메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엄니 상태로는 검사하기가 난해했는지 그냥 문진으로만 방광염 진단으로 항생제 처방 사흘치 받아왔습니다.

 집에 오셔서 혼자서 일어서는 연습을 꽤 여러번 하시는 엄니...


험난하고 신산한 엄니의 지난 길을 아는데 그 긴 시간을 걸어와 다다른 곳이 겨우 여기서 이 모양이라니... 문득 기운 빠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종국.


아까 저녁에는 생인손을 앓으려는지 엄지 손가락 손톱 주위가 제법 욱신욱신 아프고 낮에는 손톱 끝에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엄니 생인손을 앓을나내벼~~

그러자 엄니는 가만히 내 엄지손가락을 잡아 주십니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엄니 손가락... 그 모습이 낯설어서,

나: 왜요?

엄니: 덧나나 해서...

어릴 때 상처가 나서 아프다고 하면 엄니 손으로 가만히 만져 주시던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열감이 있는지 보셨던 것이지요.

 그 오래 전 말짱했을 때 엄니 모습이 문득 감격스러워 엄니 머리를 안았습니다.

아이고 엄니. 울엄마로 돌아왔네. 지발 엄니 빨리 나아요~~

그래. 그럴게.

어릴 때 손끝에 가시가 박혀서 엄마한테 손을 내밀었었습니다. 바늘로 뽑아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니는 가시 박힌 부분을 양 손톱으로 꼭 누르자 가시가 쏙 밀려나오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때 난 엄마는 무엇이나 잘 하고 잘 알고 힘까지 센 태산 같은 존재라고 믿었었습니다.

지금 내 엄지 손가락을 살며시 잡았던 엄니 손은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손바닥은 얇아져서 말랑말랑합니다.

모처럼 초롱초롱해지신 엄니... 

 

제법 심술스럽게 쌀쌀한 날씨에 고약한 바람이 불기는 해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엄니의 몸과 마음과 정신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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