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작하는 시간인가...

오애도 2015. 11. 18. 11:57

비가 지나치게 자주 온다. 장마철도 아닌데 빨랫말미 주듯 하루 반짝하고 또 추적추적 우중충...

한동안 날씨 탓인지 우울의 무게로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늦가을과 저녁 무렵과 축축하기 짝이 없고 회색빛까지 머금은 공기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정서적 무기력증에 시달리다가 지난 주부터 심기 업!!!!

엄니는 월요일부터 열두시간 머무는 데이케어센터에 나가신다.

무릎 다치셔서 삼칠일 누워 계시다가 간신히 움직이시는데 아직 낯설어서 그런지 어제 그제 이틀동안 가봤더니 잔뜩 경직되어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집에 오시면 그대로 잠에 떨어지시고 어깨도 아프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가시겠다고...

 그런 이유로 낮시간이 갑자기 부웅 떴다.

 정확히 일년 육개월을 엄니와 거의 스물 네시간은 함께 지냈던 터라 어제 오늘 엄니 계시던 빈 방이 허~하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유치원 보내는 엄마 심정으로 이것저것 챙겨 잘 못 움직이는 엄니 차에 태워 보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동안 엄니가 낮에까지 주무시는 바람에 나는 일찍 일어났어도 뭔가 아침을 먹는 점심시간 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어린 아이 유치원에 보내 놓은 것처럼 마음이 영 심상하지 않아 괜히 서성이는 날들이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지난 주부터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바느질이나 인문학 책읽기나 아니면 타로나 역학 같은 실용서 읽기도 시작됐고...

 한동안 열심히 엉뚱한 곳에서 글쓰기 하면서 행복했고 보람도 있었다. 물론 재능 소모라는 말도 들었지만... 하지만 뭐든 물질적 이득만이 반드시 이득은 아닌 법. 거기서 받는 위로와 기쁨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다고 믿는다. 나쁜 것은  하기 싫은 일 했는데 물질적 이득도 없고 정신적이고 육체적 피로 따위만 생기는 것이다.

 엄니 바지 사러 남대문 시장엘 가야겠다.

비는 많이 안 오니까 모처러 남산길 터덜터덜 걸어가서 칼국수도 한 그릇 먹고 엄니 신발이랑 바지 몇 벌을 사야지.

 책 한권 들고 가 커피집에 앉아서 읽고 오는 것도 좋고 아니면 교보 문고 들러서 새 책 한 권을 사는 것도 좋으리라.   자꾸자꾸 책이 늘어나서 사는 것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곰실곰실 세포분열 하듯이 책과 잡동사니는 늘어난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잔뜩 해치워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느낌... 그렇게 무언가 시작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부디 오래 가기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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