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오늘은....

오애도 2015. 6. 22. 17:16

내 생일...

간단히 미역국 끓여 엄니랑 먹었다.

오늘은 현미밥 먹지 말어... 울엄니 말씀...

어릴 때 늘 보리밥만 먹다가 식구들 생일이면 그래도 흰 쌀밥 혹은 쌀이 훨씬 많이 섞인 밥이 오르고 계란찜과 미역국이 스페셜 반찬이었던 내 유년의 생일상에 비하면 그래도 불고기까지 있다.

늘, 정말 맛없다고 툴툴대면서 먹는 현미밥은 엄니 눈에는 어릴 때 먹던 잡곡밥 개념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생일에 흰 쌀밥을 먹어야 일생에 크게 잡스러운 일이 안 생긴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어릴 때 엄니 떠난 이래로 40년 가까이 내 손으로 지은 생일밥은 늘 쌀밥이었다. ㅋ

50년 전에 내 어머니는 나를 낳고 미역국을 드셨을 것이다.

어쩌면 생일은 태어난 자신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한 세상을 선물하느라 애쓴 엄니의 고생을 위안하는 날인지도 모른다.

 

엊그제 티비 보시는 엄니의 굽은 등을 보면서 엄니 젊었을 때 나뭇단 이고 나무 팔러 다녀서 그런 거라고 했더니 엄니 말씀....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다.

에이 그때가 뭐가 좋아. 나무 한 뭉치 팔아 보리쌀 사다가 보리밥 해 먹은 거 나 다 기억하는디... 엄마 새벽에 나가 그거 팔아서 보리쌀 사오믄 아침밥 먹었잖어.

그래도 그때가 지금보다 더 좋은 거 같어. 이거 팔믄 자식들 밥 멕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줄도 잘 몰랐고...

 난 엄니의 굽은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니, 다음 생에는 말여. 자알 먹고 자알 살고 대우 받고 호강하는 삶으로 태어나셔유~

 그래도  건강하게 낳아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누가?

성만이가... 지금까지 안 아프고 살게 해줘서 고마워유... 하더라.

며칠 전 다녀간 작은 오빠가 그랬나보다.

뭐 그건 그려. 그래도 엄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 하신 건 나같은 딸 하나 낳으신겨. ㅋㅋ. 내가 생각보다 썩 괜찮은 인간이거든. ㅋㅋ. 제자들한테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하는 소리도 듣는 걸.

 

 울엄니가 주신 '나'는 재법 완벽한데 게으름과 이기심으로 꽤 많은 흠집투성이의 인간이 된 건 부끄럽지만 그래도 이만큼 별일 없이 살아온 것은 내 어머니의 영혼의 힘이다.

나는 자식 따위 없지만 '나'를 보면 자식의 크기가 보인다고 믿는다. 부모의 크기만큼 혹은 마음의 넓이나 생각의 깊이만큼이 내 자식의 크기다.  내가 갖고 있는 영혼의 크기가 간장종지 크기이면서 내 자식이 국대접만큼이 될 수는 없는 법.

 하여 별볼일 없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인간인 내가 자식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지도... 하하하.

엄니 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혹은 자식이 늙고 병든 부모에 대한 힘듦과 부담의 크기가 깊고 무겁다면 딱 그만큼의 힘듦과 부담이 내 자식 몫이 되겠지. 하여 얼마나 다행인가. 적어도 나는 그런 짐 지울 자식도 없으니 말이다.

 생일에 미역국 잘 먹고 궤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