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에 세 번 하는 출장수업-??-을 그만둔 덕에 그야말로 일 주일이 한가해졌습니다
일이라고는 달랑 주말 이틀에 걸쳐 있으니까 매일매일이 탱자탱자가 되겠지요. 하긴 수업 할 때도 저녁 시간이었으니까 낮 시간이 번잡스럽진 않았지만 단 한 시간짜리 일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다른 한가한 시간까지 담보 잡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수업 하는 날 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둑 흘리더군요.
얘야. 삶이란 게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이니라. 어느 누구도 만나면 헤어지게 되는 것이니라.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남편이나 아이들도... 또한 살아있는 동안은 누군가 가면 반드시 누군가 온단다.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체할 만한 사람이니까 오해는 말고...
세상에 어느 누가 쌤을 대체할 수 있겠어요.
그건 그려~ ㅋㅋㅋㅋ.
이제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였지만 아이답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정말 만나는 동안 하얗게 불태웠다고 할 만큼 아쉬움이 없었지요. 지난 주에 마지막으로 데리고 나와 놀게 하고 싶어서 가로수길에서 만났습니다. 아이가, 오늘 점심은 제가 쏠께요... 하더군요. 하여 맛있는 스테이크 얻어 먹었습니다. 하하하.
뭐 이렇게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아이가 학원 스케줄이 빡빡해서였던 탓에 시험 기간엔 특별수업을 하기로 했다고 했더니 아이 얼굴이 활짝 갰습니다.
어쨌거나 한동안 한가해졌다는 얘길 한다는 것이 길어졌습니다. 하여 어제는 인터넷으로 퀼트 패키지를 두어 개 주문하고 작정하고 수 놓는 연습도 했습니다. 오늘은 어디로 운동을 실실 나가볼까 아침마다 생각하지만 아직은 집에서 곰실거립니다. 이런저런 책을 읽고 정성들여 일품요리 하나씩을 해 먹습니다. 어제는 돼지갈비를 사다가 묵은 김치 넣고 푸욱 끓였습니다. 김치가 지나치게 시어진 관계로 넉넉하게 설탕을 넣고 갈비의 기름기는 대부분 제거한 후 양파 두어개 넣고 끓였는데 밥도둑입니다. 맛없는 현미밥도 술술 넘어가게 하는...
특별히 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일들은 여기저기 산적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란 인간은 굉장히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인간입니다. 내가 내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 내 집에, 내 방에 가득가득 넘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 시간의 호화 사치를 잘 누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급하게 낭비가 되거나 더할 수 없는 무게로 견뎌야 하는 날이 오기 전에 말입니다.
그리고 말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해도 좋은 평화가 참으로 큰 축복이라는 것.... 내가 깨달은 참으로 신통한 일상의 진리입니다. 엄청나게 좋은 일 일어나는 것보다 무시무시하게 나쁜 일 일어나지 않은 것이 축복이듯 말이지요.
범사에 감사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럼 신께서는 무언가 주시지는 않아도 무언가를 빼앗아가진 않더군요.
흠... 오늘은 열심히 바느질과 수놓기를 해야겠습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일이지만 하면 더 좋아지는 일이 되도록 말이지요.
마름질 잘 해서 청계산 자락에 가서 바느질 하고 올까 싶었지만... 춥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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