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살 만해...

오애도 2015. 2. 27. 08:15

 

 

여전히 특별한 의욕없이 지내는 날들...

시간은 넘치는 것 같은데 무언가 맘잡고 하는 일이 없다. 퀼트책을 뒤적이고 뜨개질책을 뒤적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을 돌아다녀도 특별히 흥미가 생기거나 재미있어 뵈는 일도 없다. 읽을 책은 많은데 그것도 설렁설렁이다.

흠... 

이럴 땐 먹는 게 최고다. 하여 시래기를 삶아 담궈 놨다가 들기름 된장 고추장 마늘 넣고 조물조물 무쳐 멸치랑 다시마 넣고 시래깃국을 한 냄비 끓였다.

밥 먹고 실실 교보문고 행...

 

책 두 권과 수첩 한 권을 사왔다.  

 

바삭바삭하고 무게감 있고 차가운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두껍다. ㅋ

 

 

이건 충동구매...다. 수틀도 크기별로 있고 수실도 잔뜩 있으면서 수는 거의 안 놓고 있는데 실실 작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샀다.

 

정말 아담하고 예쁘고 고급스러운 수첩이다. 매매일지용으로 샀다. 거금 만 원. 한 장 남은 문화상품권으로 샀는데 제자한테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

날짜나 뭐 이런 거 없이 그냥 튼튼하고 매끈한 인조가죽 커버로 이루어진 공책. 꼼꼼히 많은 것을 기록해야지. 자손 -따위는 없지만- 에게 물려줄 금과옥조를 기록한 책으로 만들리라. -뭐래?-

 

집에 와서 찾아보니 물론 이렇게 이전에 사 놓은 일본판 자수책이 세권 있다. 흠...

 

 

나는 아직도 문구용품 코너에 가면 마음이 설렌다. 볼펜 리필심 두어개 사고 드레스잇업 단추도 샀다. 귀여운 니모 모양....

며칠 전 다이소에서 가위 두 개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질 좋은 가위를 보고 무심코 집어드는 만행을 저질렀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집에 와서 서랍 열어 보니 저렇게 수실이 잔뜩이다.

왼쪽이 캔들위크 실, MOCO 실,  오른쪽은 누구나 쓰는 DMC 자수실,

 

발다니 핸드 메이드 염색실, 그리고 역시 발다니 복합, 모노 자수실 실 실들...

물론 수는... 가끔 퀼트할 때 스티치 정도만 하고 손도 안 댔다.

언젠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재료와 책만 준비해 놓은 쓸데없는 준비성. 쯧쯧. 나쁜 버릇이다.

그럼에도 많아본 적 없는 돈보다 나를 훨씬 부자라고 믿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들이다.

사실 굉장히 비싼 실들인데 인터넷 쇼핑몰 문닫는다고 싸게 팔길레 곰실곰실 사들인 것들이다.

잘난척을 하자면, 안목의 힘!!!!!!ㅋㅋㅋ

 

 

 

그리고 사랑하는 단추씨...

언젠가 저 단추 특별히 쓸 데 없으면 한쪽을 단추로 다아 채운 커다란 가방 하나 만들어 들고 다니리라...

저런 것들 안 샀으면 부자로 살았을 수도... ㅋㅋㅋㅋ

하지만 뭐 저런 거 대신 돈으로 통장에 있다고 더 행복했을 거 같진 않다.

들여다 볼 때마다 흐뭇하고 즐겁고 뿌듯하다. 오백마넌 썼는데 오천마넌어치 행복하면 엄청 남는 장사....

인생 별 거 없다.

늙어 병들고 기운 없을 때 대비해 열심히 저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런 거 쓰고 행복하면 병 따위 얼씬도 못하는 행복 면역력의 힘을 나는 알고 있다. 하하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생각을 살펴 보고 '나'를 점검해 본다.

이만하면 감사할 거 투성이인 행복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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