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회색빛 날

오애도 2014. 10. 2. 12:20

얼라들 시험은 끝났고 어제 오늘 한가한 날입니다.

그리고 그 이틀 동안 무언가 칭얼칭얼 같이 놀아달라고 혹은 관심 좀 가져달라고 이것저것 해야 할 사소한 것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듯합니다.

깨끗하게 해야 할 청소나 여름옷 정리나 지난 주 초등 동창 모임에서 다아 털리고 남은 거 하나 없는 내 지갑이나 필통을 다시 만들기 위한 바느질이나 다시 꼼꼼이 봐야 할 사전이나... 그런 것들은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데 나는 아는 척도 안 하고 그냥 앉아서 단순한 스파이더 카드놀이나 하고 있습니다. 벌써 며칠 째 필이 꽂혀서 아무 생각없이 머리 비우고 차를 마셔가며 그 단순한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는...

뭐어 그런 날도 있는 겁니다.

십대 아이들처럼 종종 단순한 게임에 빠져 새벽이 다 되도록 눈이 벌겋게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적어도 나란 인간은 치매 같은 건 안 걸리겠구나... 생각합니다.

 나중에 늙어 기운 없으면 뜨개질이나 바느질이나 지뢰찾기 게임이나 스파이더 카드놀이 같은 거 하면서 보내믄 됩니다. 하하하.

 뭐든 열정과 호기심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요.  나쁜 것은 아무 것에도 의욕으로 눈 빛내는 일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밤 삶고 있는데 그만 노닥이다보니 탔습니다.

요즘 엄니 드시라고 매일매일 여남으 개씩 밤을 삶고 있습니다. 엄니는 목 멘다고 그다지 안 좋아하시지만 그러기나 말기나,약으로 알고 드셔요~~ 합니다. 사실 밤은 은근히 원기 보충하는데 좋습니다. 얼라들 영양실조에도 예전에 밤을 먹였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얘기한 적 있지만,노모가 병이 들어 아들이 의원엘 찾아갔더니 매일매일 밤 두 톨을 드시게 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답니다. 그런데 고민은, 그다지 효성스럽지 않은 마누라가 그걸 챙길 리 만무하니까 생각해낸 것이 노인들 밤 먹으면 일찍 죽는다고 하더라.그러니까 당신이 엄니한테 하루에 두 톨씩 꼭꼭 드려라... 했더니 정말로 어찌나 정성스럽게 챙기던지 결국 노모는 다시 건강해졌답니다. 며느리는 그제야 남편을 뜻을 알고 뉘우치고 효도하며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 40년도 훨씬 전에 초등학교 때 남자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고약한 며느리 심보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밤의 효능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때 얘길 들으면서 이런저런 다중적인 의미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인상적이었겠지요.

 물론 나같은 인간이 먹으면 토실토실 알밤처럼 살이 오르니까 안 먹으려고 하지만 삶은 밤 까면서 두어 개씩 집어 먹고 있습니다. 마음과 머리 대신에 살이 차오르면 안되는데 걱정입니다. ㅋㅋ

 축축한 회색빛 공기가 떠다니는 고즈넉한 시월의 초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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