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요철-凹凸- 나는 지금 凸인가.

오애도 2014. 9. 27. 13:30

토요일...

얼라들 시험기간인지라 조금 번잡한 날이다.

늙었는가... 번거롭거나 귀찮은 대신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옅은 설렘이 일어난다.

 곰실곰실 이것저것 집안 정리를 해 놓고 연인과의 약속 시간을 기다리듯 그렇게 기다린다.

그러면서 가끔 생각한다. 회자정리의 이치를... 언젠간 모두 헤어질 것이고 떠날 아이들인 것이다. 내가 떠나든 그들이 떠나든... 그걸 상정해 놓지 않으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 나오듯 이별은 뜻밖의 것이 되어 새로운 슬픔에 가슴이 터질지도 모른다.  뭐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어야할 만남이 있기도 하겠지만 어쩐 일인지 그런 기대는 이제 많이 사그러졌다.

늦은 아침을 먹은지라 훌쩍 오전 시간이 갔다.

 

 투빅의 '사랑하고 있습니다'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나 이쁜 주원 군이 부른'내가 만일'을 들으며 나는 이유 없이 마음이 설렌다.

 아침 신문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책 소개를 보면서도 마음이 설레고 인문학 책을 읽기로 하고는 N 프라이의 批評의 解剖를 책꽂이에서 꺼내면서도 또한 스무 살 무렵처럼 맘이 설렌다. 뭐지?

과한 조증 증세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은 인간인지라 가끔 갱년기 증세가 분명한 이 감정의 일렁임이 생경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ㅋㅋ

그러나 일상의 요철을 아는 터라 이런 마음의 움직임도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사소한 선불을 치르고 받았듯 이것도 또한 다음에 올 것에 대한 선불이 되리라.

 삶이나 일상은 그렇게 뻔한데 또한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불가해함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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